트럼프 정부서도 군사동맹 틀 유지…주한미사령관 “지난해 새 작계, 중대한 진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고도화하는 위협을 거론하며 지난해 진전을 거듭한 한·미 작전계획과 한·미 핵협의그룹(NCG), 그리고 한반도에서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맹도 경제적 논리로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반도 확장억제 공약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일단은 윤석열·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군사동맹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은 9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배포한 서면 자료를 통해 “새로운 연합 작전계획(OPLAN·작계)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새 작계에 서명함으로써 전투준비태세에 있어 중대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는 지난해 10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의 공동성명 내용과 맞닿아있다. 당시 양국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향후 연합연습에는 북한의 핵사용에 대한 대응 등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핵사용 시나리오를 연합연습에 포함하겠다는 ‘결정’이다. 연합연습 시나리오가 작계를 기반으로 짜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때 새 작계에 한·미가 뜻을 모았을 가능성이 크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어 “1년 2차례 실시되는 연합연습을 통해 (작계) 개념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검증했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능력이 점점 고도화하는 환경에서 연합사는 새 작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NCG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도 일단 전임 정부의 기조를 계승한다는 의도가 드러났다. NCG는 윤석열·바이든 정부가 공 들인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협력 장치로 2023년 7월 출범해 지난 1월까지 모두 4차례 열렸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이 확장억제 협력을 중심으로 삼는 초기 단계의 전략 통합 조직(SIE·Strategic Integration Element)을 출범시켰다”며 “이 조직은 NCG 지원, 재래식·핵 통합(CNI)에 대한 책임을 확대하면서 주한미군의 기여도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NCG는 물론, 주한미군의 중요성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 의회를 향해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2만8500명 규모 유지 조항을 유지한 데 감사하다”며 “이 병력 기준은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헌신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고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미 전임 정부에서 처음 실시된 한·미·일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브런슨 사령관은 “프리덤 에지가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더욱 증진시킨다”고 봤다.

브런슨 사령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거론한 건 북한과 인접한 중국 견제를 위해서도 주한미군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청문회 현장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입지적 우위(positional advantage)‘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수 합참의장,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강신철 한미연합군부사령관 등 양국 군 지휘부가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을 찾아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합참의장,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강신철 한미연합군부사령관 등 양국 군 지휘부가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을 찾아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 뉴스1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 방어를 위한 한국의 기여를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방산 기술 획득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2025년 1월 기준, 미국과 정부 대 정부 간(FMS) 무기 판매 체계에서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브런슨 사령관은 “군사적으로 한국의 기여가 미국의 전체 군사 지출에서 최대 18%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반면 같은 자리에선 한국을 포함한 동맹의 부담 공유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맹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입안자와 현장 군인 간 사실상 온도 차가 노출된 셈이다. 존 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대행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억제력을 재확립하기 위해 국방부는 그 지역 전체에서 우리의 무력태세를 강화하고,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에 힘을 싣는다”며 “모든 위협을 다루기 위한 부담 공유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