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권호석 할아버지가 생전에 비닐 봉지와 집게를 이용해 쓰레기를 줍고 있다. 뉴스1
권호석씨 유족, 장수군에 기탁
1년 내내 쓰레기를 주우면서도 틈틈이 폐지 줍기와 농촌 일손 돕기로 모은 돈과 교통비·식사비를 아껴 매년 이웃 돕기 성금과 장학금을 기부했다. 2007년 ‘제3회 초아의 봉사대상’ 시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도 전액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지난달 28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권호석 할아버지 이야기다.
장수군은 10일 “생전에 ‘거리의 천사’ ‘청소 할아버지’로 불리던 권호석씨 유족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500만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부인 김정순(77)씨와 오용·오성·오필·오미·향미 등 5남매가 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부의금 일부를 떼어내 기부했다.

'거리의 천사'로 불리던 고(故) 권호석(왼쪽)씨가 지난해 1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최훈식 장수군수에게 성금이 담긴 돼지 저금통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장수군
천천면 주민, 고인 대신 쓰레기 주워
장수군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13세 때인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대에 들어가 조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싸우려 했으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3차례나 입대를 거부당했다.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곧 애국”이라는 믿음으로 30세 때 ‘청소 봉사’를 시작했다. 소작농의 살림살이는 팍팍했지만, 부인 김씨는 생계를 책임지다시피 하면서도 말 없이 남편을 응원했다고 한다. 5남매도 모두 장학생으로 대학까지 마치는 등 올곧게 성장했다는 게 장수군 설명이다.
고인은 고령에다 지병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 중이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취약 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각각 90여만원과 115만원을 장수군에 기탁했다. 고인이 쓰러지자 천천면 마을 주민들은 권씨를 대신해 천변과 시장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지난달 29일엔 ‘고 권호석 어르신을 기리는 장수군민 추모제’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