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 1만명 넘겨…10·20대 중심 '딥페이크' 3배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딥페이크 예방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딥페이크 예방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4살 대학원생 A씨 등은 같은 대학교 여성 동문 이름과 학교명을 이용한 이른바 '능욕방'을 텔레그램에 만들었다. 그리곤 피해자 얼굴 사진에 불상의 여성 나체 사진을 합성한 허위 영상물, '딥페이크'를 유포했다. 이같은 범행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가까이 이어졌다. 이달 초 인천경찰청은 A씨를 비롯한 15명을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디지털성범죄로 'SOS'를 요청한 피해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10·20대 중심으로 딥페이크 피해 건수가 3배로 뛰고,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024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지난해 피해자 1만305명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중앙디성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피해영상물 삭제·상담·수사 연계 등의 지원을 받았다. 2023년(8983명) 대비 14.7% 증가했다. 피해자는 여성(72.1%)에 집중됐다. 각종 서비스 지원을 다 합치면 33만2000여건에 달했다. 김미순 중앙디성센터장은 "매우 다양한 온라인상 피해가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 익명 플랫폼 이용이 많은 20대(50.9%)와 10대(27.8%)의 피해가 컸다. 유형별로는 유포불안(25.9%)이 최다였고, 불법촬영-유포-유포협박 순이었다. 여성은 유포불안, 남성은 불법촬영 피해가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유포불안은 오래전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될까 두려워 모니터링을 요청하는 식이다. 특히 불법촬영·딥페이크 등은 피해자가 즉시 인지하기 어려운 편이라 유포불안을 키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디지털성범죄 피해 관련 인포그래픽. 자료 여성가족부

지난해 디지털성범죄 피해 관련 인포그래픽. 자료 여성가족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합성·편집(딥페이크) 피해 건수는 1년 새 423건에서 1384건으로 3.3배가 됐다. 이런 피해는 10·20대가 92.6%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조용수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여성의 얼굴·신체 이미지가 주로 딥페이크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혜 중앙디성센터 삭제지원팀장은 "10대 미만 아동도 AI(인공지능) 기술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구가 많이 개발되다 보니 초등학생 합성 피해도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피해·가해자 관계를 보면 채팅 상대, 일회성 만남을 비롯한 '일시적 관계'가 28.9%로 제일 많았다. 모르는 사람(26.5%), 관계 미상(24.7%)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전년과 비교해 일시적 관계는 줄어든 반면, 모르는 사람·관계미상은 급증했다. 이는 딥페이크 성범죄물 유포가 증가하면서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수많은 사용자를 통해 가공·재유포되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피해영상물의 삭제 지원이 이뤄진 건 30만237건이었다. 이들 4건 중 1건(25.9%)은 피해자의 성명·연령 등 개인정보가 동반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플랫폼별 삭제 지원 건수는 성인사이트가 43%로 최다였다. 불법 촬영물 사이트의 95.4%는 해외에 서버를 둬 빠른 법 집행 등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지난해 꾸려진 딥페이크 성범죄 전담 대응팀의 운영을 이어가는 한편, 10대 피해 증가를 고려해 아동·청소년용 딥페이크 예방 교육 자료 등을 배포하기로 했다. 오는 17일부터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불법 촬영물뿐 아니라 피해자 신상정보의 삭제도 지원하면서 2차 피해를 줄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