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9분 걸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정문을 통과했다. 하늘색 셔츠, 감색 정장 차림이었다. 너비가 6m쯤 되는 관저의 흰 철문 앞에는 윤 전 대통령을 배웅하려는 지지자 2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걸어오면서 손 흔들며 인사하던 윤 전 대통령은 정문을 통과한 후에도 7m쯤 더 걸어 바리케이드 쪽에 다가가더니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어깨를 토닥였다. 일부 지지자는 찢어지는 목소리로 "윤 어게인(다시 윤석열)"을 외쳤고 어떤 지지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은 카니발 경호 차량에 올라 관저 정문 앞에서 볼보빌딩까지 100m 거리를 30초쯤 천천히 이동하더니 다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했다. 김건희 여사는 카니발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손을 불끈 쥐고 인사했고, 지지자가 건넨 빨간 모자를 쓰기도 했다. 이후 다시 차에 올라 한남 고가차도 건너편에 모인 지지자들과도 인사한 후 오후 5시22분에 서초구의 사저 방향으로 떠났다. 이날 한남동 일대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15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 모여 있었다. 일부 지지자는 윤 전 대통령의 차량 행렬 뒤를 쫓아 뛰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5시1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전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주상복합 건물 안에서도 일부 입주민이 윤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입주민이 건넨 주황색 꽃다발을 받아들었고, 회전문을 통과한 후에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입주민과 인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지난 겨울에는 많은 국민들,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주셨다.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며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5시30분쯤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의 로비에 들어서고 있다. 독자 제공
"윤석열·김건희를 구속하라!" VS "사기 탄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의 사저로 이전하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촛불행동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용 기자
지지자 측은 이날 우파 성향 유튜버 신의한수 주최로 오후 3시부터 관저 일대에서 '윤 전 대통령 응원' 집회를 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집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만난 지지자 한 명은 "절대 탄핵에 승복할 수 없다"며 "사기 탄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우리는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군과 같은 사람들"며 "대통령께 우리가 당신을 지킨다는 걸 보여주러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