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셰익스피어’ 매킬로이 디섐보와 외나무다리서 만나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재미교포 PGA 투어 선수인 마이크 김은 X(옛 트위터)에 “매킬로이는 셰익스피어”라고 썼다. 골프라는 무대에서 가장 슬픈 비극을 쓰는 작가라는 얘기다. 매킬로이는 특히 마스터스에서 아픔을 많이 겪었다. 매년 우승후보였는데 우승은 한 번도 못했다. 그래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 앞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올해는 마스터스 로리 매킬로이 비극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

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전날 6언더파를 더해 중간합계 12언더파로 브라이슨 디섐보에 2타 차 선두다. 마스터스에 17번째 참가한 매킬로이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매킬로이가 우승하면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경기 초반 폭풍이 몰아쳤다. 매킬로이 폭풍이었다. 1번 홀에서 다들 무서워하는 오른쪽 벙커를 넘겨 371야드의 티샷을 치고 버디를 잡아냈다. 파5인 2번 홀에선 두 번째 샷을 그린을 넘겼으나 실크처럼 부드러운 터치감으로 내리막 칩샷을 넣어 이글을 했다.

3번 홀에서도 버디를 낚더니 가장 어려운 5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냈다. 5개 홀에서 5타를 줄였다. 어제 포함 14개 홀에서 10언더파를 치는 폭풍 질주였다. 2타 차 3위로 경기를 시작한 매킬로이는 다섯 홀 만에 2타 차 선두가 됐다. 6번 홀까지 매홀 모두 3타를 치는 진귀한 기록도 냈다.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바람이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다. 버디를 잡아야 할 8번 홀에서 티샷이 벙커 끝에 잡혔고 보기 2개를 했다.   


그러나 파5인 13번 홀에서 2온에 성공해 버디를 낚고 다시 상승세를 탔다. 15번 홀에선 티샷 339야드를 치고 205야드에서 아이언으로 2m 안쪽에 붙여 이글을 잡았다. 다시 천둥 같은 함성이 터졌다.

매킬로이가 유리하지만 마스터스에선 아픈 드라마를 많이 썼다. 매킬로이는 2011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를 최경주 등 공동 2위 그룹에 4타 차 선두로 시작했다. 그러나 80타를 치고 15위로 밀려났다.

상대가 디섐보라 더 흥미롭다. 지난해 US오픈에서 매킬로이는 5홀을 남기고 2타를 앞서다 마지막 4개 홀에서 보기 3개를 하면서 디섐보에게 역전패했다. 매킬로이는 최종라운드 디섐보와 함께 경기해야 한다. 디섐보는 마지막 3개 홀에서 버디 2개를 잡아 상승세다..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2018년 마스터스에서 패배를 안긴 패트릭 리드, 떠오르는 신예 루드빅 오베리 등이 6언더파에 있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5언더파다.

임성재는 한 타를 줄여 4언더파 공동 10위다. 임성재는 파5인 2번 홀에서 칩인 이글을 잡았고 7번 홀 벙커에서 홀인했다.  

안병훈은 1언더파 공동 21위다. 8번 홀부터 4개 홀 연속 버디를 하는 등 버디 6개에 보기 4개를 했다.

김주형은 이날 이븐파, 합계 2오버파 공동 37위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