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책 나흘 만에… 부산 사상~하단선 인근서 8번째 싱크홀

13일 오전 5시 40분쯤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서 가로 3m, 세로 4.5m, 깊이 5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생겨났다.   사진 연합뉴스

13일 오전 5시 40분쯤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서 가로 3m, 세로 4.5m, 깊이 5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생겨났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인근 도심 차로에서 또다시 싱크홀(땅 꺼짐ㆍsinkhole) 사고가 일어났다. 잇따른 땅 꺼짐 사고에 부산교통공사가 대책을 발표한 지 4일 만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고에 시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은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30분 전 “수상하다” 신고, 인명사고는 피해

부산시에 따르면 13일 오전 5시30분쯤 부산 사상구 학장동 사상공업단지 부근에서 가로 3m, 세로 4.5m, 깊이 5m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고는 앞서 오전 5시쯤 사상구에 “땅이 내려앉을 듯하다”는 신고가 들어와 공무원들이 일대 차와 사람의 통행을 통제하던 중 일어났다. 횡단보도 한가운데가 내려앉는 형태로 땅이 꺼졌지만 인명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현장 조사를 마친 부산시는 “땅속에 매립된 콘크리트 하수박스가 파손된 것을 확인했다. 박스 부근 토양 입자가 빗물에 휩쓸려 파손 부위를 통해 계속 박스 내부로 흘러들었고, 입자가 빠져나간 곳에 빈 공간이 생기며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종합대책 나흘 만에 8번째 싱크홀

부산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상~하단선 공사장 인근에선 지난해부터 이런 싱크홀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사고를 포함, 알려진 것만 8건이다. 이 공사는 부산 2호선 사상역과 1호선 하단역(6.9㎞)을 잇기 위해 2015년 시작된 공사로,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379㎜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9월 21일엔 공사장 인근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규모로 땅이 꺼지며 트럭 2대가 빠지는 사고로 이어졌다. 당시 부산시가 조사를 벌인 결과 폭우 이외에도 해당 공사의 부실한 차수 공법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9월 21일 오전 8시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1일 오전 8시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에 공사를 발주한 부산교통공사가 지난 10일 종합대책을 내놨다. 공사 구간 1100곳의 수직 차수 보강 그라우팅(Grouting·물의 침투를 막고 지반을 단단하게 보강하기 위한 특수 재료 주입 공법)을 포함해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 용역 시행, 시추 조사 및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통한 지반 안전성 분석 등이 대책에 담겼다. 하지만 시공사 등과 싱크홀 모니터 강화를 위한 안전결의대회도 열었지만, 재발을 막진 못했다.


커지는 불안… 전문가 "땅속 동공, 더 많을 것"

특히 이날은 불과 29㎜의 비에도 땅 꺼짐 사고가 일어나 시민 불안감이 더 커졌다. 직장인 이모(37)씨는 “본래 이 길을 지나 매일 부산진구에서 사하구 방면으로 출근한다. 사고가 계속되면서 불안감이 커져 더 막히더라도 사상 도심 쪽을 둘러가는 것으로 경로를 바꿨다”고 했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매립지인 데다 지하수 수위가 높아 지반이 약한 사상구 일대 특성이 사상~하단선 공사 설계 단계부터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일대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땅속 동공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폭우 등 요인으로 이런 동공들이 한꺼번에 연결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공사와 시공사, 관리 주체인 부산시 등 기관이 지하 하수관을 포함한 지장물, 동공 등 위험 요인에 대해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3일 부산 사상구 싱크홀 사고 지점을 찾아 사고 경위를 보고 받고 대책을 지시했다. 사진 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이 13일 부산 사상구 싱크홀 사고 지점을 찾아 사고 경위를 보고 받고 대책을 지시했다. 사진 부산시

 
한편 싱크홀 사고가 일어난 곳은 14일 통행 재개를 목표로 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현장을 방문해 사고 경위를 보고받고 대책을 지휘했다. 박 시장은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라며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번 사고 원인을 명확히 조사하겠다. 주변 공사장과 기존 시설물 등 폭넓고 면밀한 조사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