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26학번 동시 1학년 수업할 판"…의대 집단유급 초읽기

8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올 1학기 개강 이후 줄곧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에게 각 대학이 유급 처분을 하기로 하며, 의정 갈등이 또 한 번의 분기점을 맞고 있다. 학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의대 증원을 철회하겠다고 했던 정부는 아직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규모와 발표 일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급 의대생,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 의대는 오는 14일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본과 3·4학년 110여명에 대한 유급 통보 방식과 절차 등을 논의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통상 유급은 교육과정이 끝나는 학년 말에 결정되지만 이번엔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수업 참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이례적으로 학기 중 유급 결정을 하게 된 것이므로, (추후 절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유급 대상 학생들을 상대로 예정 통지를 했던 연세대는 오는 15일 유급 대상자를 확정, 이를 통보할 계획이다. 부산대, 아주대, 인하대, 전북대, 전남대 등도 이번 주 중 수업 불참자에 대한 유급 처분 여부를 검토한다.  

의료계에서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유급 처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의대 학장은 “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울산대·고려대·경희대처럼 학생들이 성명문을 발표한 곳 외에도 상당수 학교, 학년에서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달 제적 위기를 앞두고 등록으로 선회한 학교에 비판이 쏟아지는 걸 목격한 학생들이 수업 듣기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의대에서는 수업 일수의 3분의1~4분의1이 넘는 이달 중순쯤 유급 시한이 도래할 전망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유급이 2~4회 누적되면 제적 처리된다.이번 학기에 24,25학번이 유급된다면 내년에 입학할 26학번까지 총 3개 학년이 한꺼번에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 교육부와 총장들은 “24·25학번 동시 수업(더블링)도 빠듯한데 트리플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총협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그리고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과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총협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그리고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과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개 의대 학생들의 복귀율은 20% 가량이다. 증원 철회를 요청했던 대학 총장들과 이를 받아들인 교육부 모두 “현재 복귀율로는 당초 목표한 수업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학생 복귀가 늦어지며 이달 초로 예상됐던 정부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발표도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은 학생 복귀가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내년도 모집인원 발표 일정도 미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