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현 진도항)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희규 기자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팽목항은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쓰인 노란 깃발은 낡아 있었다. 사고 해역을 가리키는 안내판은 녹슬어 있었고 글씨는 흐릿했다.
안내판 앞에서 굳은 얼굴로 사고 해역을 바라보고 있던 김동원(33·서울)씨는 거센 바람을 맞으며 5분 넘도록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주기에도 왔는데, 올해도 연차를 내고 다시 왔다”며 “유족들에게 ‘아직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은 시민이 한 명 더 있다’고 응원하는 마음에 찾게 됐다”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 사진 보니 울컥”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현 진도항) 인근에 설치된 '팽목기억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희규 기자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팽목기억관에는 희생자 304명의 영정과 추모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추모객들은 희생자들의 사진 앞에서 고개 숙여 묵념한 뒤 한동안 사진을 바라보곤 했다.
기억관에서 눈물을 훔치며 추모 메시지를 적던 윤유진(51·여)씨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아직도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녹슨 세월호 선체 앞에서 ‘묵념’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희규 기자
추모객 박찬양(39·전북 고창군)씨는 “10년이 더 지났는데도 팽목항에서 희생자들의 얼굴을 보고, 목포에서 선체를 직접 보니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며 “당시 세월호 선원 대부분이 생존하고, 인명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사실에 다시 부아가 치민다”고 했다.
11년째 사고 해역 찾는 유족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4/15/984cd2ae-e0a1-4ef7-aa0f-43dca7c24559.jpg)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유족들은 같은 날 오후 3시에 ‘세월호 참사 11주기 목포기억식’에 참석한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열리는 기억식은 추모 공연과 시 낭송 등이 진행된다. 매년 열리는 기억식은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행사다. 기억식에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 10여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11주기 추모 행사 전국 곳곳서 열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현 진도항)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희규 기자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이 진행되며, 인천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 옆 광장에서 ‘일반인 희생자 11주기 추모식’,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 기억식’ 등 추모 행사가 개최된다.
“세월호 참사, 총체적 부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수색대원들이 침몰된 선박에서 야간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은 지난해 11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에 대한 재결(裁決)을 통해 세월호의 조타장치 고장과 복원력 부족, 과적, 선사·선원 안전관리 소홀 등을 참사 원인으로 지목했다. 재결은 행정심판 기관인 해심원이 법원의 판결처럼 선박사고에 대한 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내리는 절차다.
해심원은 재결 결과에 따라 당시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와 기관사 등 5명의 면허를 취소했다. 또 기관사 2명과 항해사 1명의 업무를 6개월~1년간 정지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청해진해운과 관련자들은 이번 결론에 불복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서 2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