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6학년도 의괴대학 모집 인원을 ‘증원 0명’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뉴스1
복지부는 1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내년 의대 증원 동결을 발표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여건을 감안한 조치라고 생각되나 3월 초 발표한 2026년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의대 수업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이 만나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추진해온 복지부는 막판까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4월 말까지 기다려보고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유급 처리하고 지난해 모집인원 만큼은 선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도 복지부 관계자는 배석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총장, 학장, 교육부 모두 지난달 발표 때 제시했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물러섰다. ‘학생 미복귀 시 2000명 증원할 것’이란 말을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지 전제조건을 걸어놓고 조건을 안 지키는데도 증원 0명 확정이라니 앞으로 정부 정책을 누가 믿겠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40개 의대 실질 복귀율은 전체 학년 평균 25.9%에 그친다. 참여율 50%가 넘는 의대는 4곳에 불과했다. 교육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의대생 수업 참여가 당초 의총협과 의대협회가 3월에 제시한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환자ㆍ시민단체는 일제히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임이 확인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국민과 환자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와 배려를 반복하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에 국민과 환자는 더는 걸 기대조차 없다”고 밝혔다.
중증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교육부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원점 조정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발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는 “정원 동결은 집단행동이면 정부를 이길 수 있다는 의료계의 비뚤어진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정부 안팎의 비판을 감수하며 증원 동결을 확정했지만 의학 교육 정상화까지 갈길이 멀어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20일로 예정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의대 학생회는 “대선 이후까지 버티면 이긴다”며 수업거부를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