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팀 평균구속을 떨어뜨리잖아요"…에이스 류현진이 자랑스럽게 웃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강속구 군단'이다. 마무리 투수 김서현은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시속 157㎞ 강속구를 잇달아 던지며 4-2 승리를 지켰다. 그 바로 앞 8회에 올라온 신인 투수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앞세워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17일 인천 SSG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17일 인천 SSG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무엇보다 한화엔 이미 시속 160㎞를 찍은 문동주가 있다. 라이언 와이스(시속 158㎞)와 코디 폰세(시속 156㎞)도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들 중 가장 공이 빠르다. 이날 선발 등판한 한화 에이스 류현진(38)이 "내가 우리 팀 평균 구속을 많이 떨어뜨리는 거 같다"며 배시시 웃은 이유다.  

실제 이날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 올 시즌 개인 최고 구속(시속 148㎞)에 못 미쳤다. 그러나 그는 에이스다운 노련한 투구로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20대 때 던지던 강속구 대신 타자를 현혹시키는 제구력과 위기 관리 능력으로 선발 투수 몫을 해냈다. 1회 한 이닝에만 공 31개를 던지면서 2점을 먼저 내주고 어렵게 출발하는 듯했는데, 금세 안정을 되찾고 6회 1사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최종 성적은 5와 3분의 1이닝 6피안타 2볼넷 2실점. 지난 11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경기 만에 첫 승을 따낸 뒤 곧바로 두 번째 승리를 거머쥐었다. KBO리그 개인 통산 110번째(역대 23번째) 승리이기도 하다. 한화는 올 시즌 처음으로 3연전을 스윕하면서 4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17일 인천 SSG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17일 인천 SSG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경기 후 "1회에 공을 조금 많이 던졌지만, 그 다음부터는 범타가 많이 나와 투구 수 조절이 잘 됐다"며 "승리 투수가 안 되더라도 내가 던지는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 게 더 기쁜데, 이번엔 둘 다 해내서 더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또 연일 강속구를 팡팡 던지는 후배 투수들이 화제에 오르자 자랑스러운 미소로 화답한 뒤 "그 선수들이 강한 공으로 타자들과 대결한다면, 나는 오버하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제구로 승부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고, 평균자책점도 생각대로 잘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올 시즌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해 한화 선발진 5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7일 인천 SSG전에서 5번째 세이브를 올린 김서현. 사진 한화 이글스

17일 인천 SSG전에서 5번째 세이브를 올린 김서현. 사진 한화 이글스

17일 인천 SSG전에서 데뷔 첫 홀드를 따낸 정우주. 사진 한화 이글스

17일 인천 SSG전에서 데뷔 첫 홀드를 따낸 정우주. 사진 한화 이글스

데뷔와 동시에 KBO리그를 평정했던 류현진에게는 15년 가까이 가슴에 달고 있는 '훈장'이 하나 있다. 그는 2010년 5월 11일 청주 LG 트윈스전에서 9이닝 동안 삼진 17개를 잡아내 역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작성했다. 

그런데 최근 NC 다이노스 라일리 톰슨이 14개(10일 수원 KT 위즈전), 팀 동료 폰세가 12개(15일 인천 SSG전)를 각각 기록하면서 17개의 아성을 위협했다. 폰세는 기록의 주인공이 누군지 전해들은 뒤 "앞으로 내 목표는 류현진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장난스러운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그때는 선발 투수가 한 경기에 공을 120개씩 던지던 시절이다. 지금은 그런 일이 많지 않아서 다른 선수가 깨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나 역시 그날이 무척 특별한 날이었을 뿐이다. 다음에 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