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머스크보다 재무장관…머스크가 추천한 국세청 수장 교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천한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임명 사흘 만에 전격 교체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머스크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권력 다툼에서 베센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베센트는 머스크가 자신을 '패싱'하고, 백악관을 통해 게리 섀플리 대행 임명을 추진했다고 문제 제기를 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는 최근 들어 백악관 내 영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좌절을 잇따라 겪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론 머스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18일 국세청장 직무대행에 재무부 부장관인 마이클 포켄더를 임명했다. 베센트는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며 "포켄더가 이 순간 그 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지난 15일 이 자리에 임명된 섀플리가 불과 사흘 만에 해임된 것이다. 국세청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섀플리는 법무부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에 대한 탈세 조사를 느리게 진행했다고 공개 비판한 이후 미 보수 진영에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결정은 베센트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다. 베센트는 머스크가 백악관을 통해 섀플리 임명을 추진하면서 국세청을 관장하는 자신에게 상의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결국 베센트의 뜻대로 대행이 교체되면서 그가 머스크와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17일 베센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극우 선동가로 알려진 로라 루머가 X(옛 트위터)에 "베센트는 트럼프를 반대해 온 금융계 인사와 협력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자, 이 글을 공유하며 "문제가 된다"고 썼다. 머스크는 애초에 금융 전문가 출신 베센트가 재무장관이 되는 걸 반대했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들어 머스크의 백악관 내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며 그의 DOGE 수장직 조기 사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국방부로부터 중국과의 전쟁 대비 작전계획을 보고받으려다 트럼프의 지시로 불발됐다. 또 머스크가 사실상 '반(反)관세' 입장을 드러냈을 때 반응하지 않던 트럼프는 베센트의 말을 듣고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결정했다. 지난 2일엔 "트럼프가 측근들에게 '머스크가 몇 주 안에 물러나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NYT는 "머스크는 최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이전과 달리 짧게 발언하고, X에 게시물 올리는 하루 평균 횟수도 지난달 107건에서 이달 55건으로 줄었다"며 "평소 주인공처럼 행동하는 억만장자의 모습은 요즘 자주 보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