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끝, 전투 재개" 선언 푸틴, 돌연 "우크라와 회담 가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30시간 기습 휴전'과 '휴전 종료 및 전투 재개'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30일 휴전' 제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회담에 열려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 카드 등을 꺼내며 종전 협상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다.

21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현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에 대해 "우리는 모든 것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민간 시설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습 30일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푸틴은 같은 날 러시아 국영 TV 인터뷰에선 "우리는 항상 어떠한 평화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권의 대표들도 같은 생각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이 젤렌스키와의 양자 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과 양자간 논의나 협상을 포함해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푸틴은 젤렌스키가 아닌 새로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출해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젤렌스키는 협상 제안에 직접적으로 답하지는 않았으나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후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최소한 민간인 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어떠한 대화에도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푸틴의 '부활절(지난 20일) 휴전' 선언 이후에도 교전을 이어왔다. 양측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휴전 위반 사례는 3000여건, 우크라이나군의 휴전 위반 사례는 5000여건에 달한다.


지난해 8월 11일 러시아가 장악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탑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8월 11일 러시아가 장악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탑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고민이 깊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 우크라이나의 요구 사항이 수용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미국이나 러시아가 원하는 부분만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길 압박 받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 타결을 위한 세부 조건을 담은 기밀문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었다. WSJ에 따르면 이 문서에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을 중립지대로 만들기 위해 미국이 관리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자포리자 원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인수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곳이다.

이 밖에 러시아가 2014년 침공해 강제 병합한 크림 반도 영유권을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넘긴다는 내용도 문서에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젤렌스키는 오는 23일 영국 런던에서 미국, 프랑스 대표단과 만나 휴전 협정안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서 미국이 기밀문서를 통해 전달한 종전 협상 세부 조건에 대한 입장이나 푸틴의 회담 제안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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