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동구 대형 싱크홀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산 사상구에서 또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에서도 싱크홀이 발견됐다. 연이어 발생하는 싱크홀이 국민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싱크홀의 주요 요인으론 노후한 하수관의 손상과 대규모 굴착공사를 동반한 지하건설작업이 꼽힌다. 서울·부산과 같이 오래된 대도시는 상·하수도관이 노후해 있고 지하철 등 지하개발 공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도시 전체가 싱크홀 위험지역이다.
「 3개월 전 점검, 탐지 못한 경우도
GPR 지하 2m 이상 측정 어려워
광섬유 센싱 등 신기술 도입 필요
」 지난달 서울 강동구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일어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싱크홀 발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기술과 장비로는 탐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일부에선 이를 싱크홀 지뢰밭이라고 표현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시한폭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만 모를 뿐 발생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2015년 이후 싱크홀 발생이 증가하자 2018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2021년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굴착공사를 할 때는 지하안전평가를 실시하도록 특별법이 개정됐다. 지방자치단체는 지하 공동(空洞·큰 구멍) 예방 계획을 수립하고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해왔다. 그럼에도 대형 싱크홀이 계속 발생하자 국토교통부는 ‘제2차 국가지하 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안전점검 실시 주기를 단축하고 조사 규모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지자체 역시 앞다퉈 GPR 탐사 확대 등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걸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구간은 서울시 5개년 계획에 따른 정기점검 구간이어서 3개월 전 GPR 탐사를 했지만 당시엔 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GPR 탐사에서 여러 이유로 탐지하지 못했거나 대형 공동이 지난해 5월 탐사 이후 빠르게 만들어졌을 가능성 두 가지다. GPR 탐사는 사용하는 안테나 주파수에 따라 탐사 깊이가 달라지는데, 표면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면 투과 깊이가 급격히 줄어든다. 낮은 주파수의 안테나를 써도 2m 하부의 깊은 곳을 탐지하기가 어렵다. 주파수가 높은 안테나를 사용하거나 도로 상황이 좋지 않고 지하 수면이 있다면, 탐사 깊이는 더 줄어든다. 따라서 지난해 5월 조사에서 이미 공동이 존재했지만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규모 공동이 지난해 5월 탐사 이후 생겼다면 이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사로는 대형 싱크홀을 미리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싱크홀이 노후 하수관 파열이나 굴착 등 지하개발공사로 유발된다는 것과 지반 이완이 해동기와 우기에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단발성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수립한 대책과 GPR 탐사 확대라는 지자체의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얕은 깊이의 소규모 공동은 사전에 찾아낼 수 있겠지만 인명 사고를 일으키는 대형 싱크홀을 사전에 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통 하수관은 3m 내외 깊이에 묻혀 있다. 하수관 손상 때문에 공동이 만들어졌다면, 중력 때문에 토사가 하부로 내려앉게 되고 공동은 위쪽에 생기게 된다. 공동이 2m 이내에 생겼다면 GPR 탐사로 공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강동구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폭 20m, 깊이 18m나 됐다. 이는 하수관 손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이 대부분 지하철 공사 등 공사현장 주변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대형 싱크홀을 조기 예측하고 위험을 방지할 수는 없는 걸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전통적 물리탐사방법 외에 최신기술을 도입해 건설현장 주변과 지반침하 위험지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지하공사현장에서 토사 및 지하수가 어떤 경로로 지하굴착공간으로 유입되면 지반이 이완되고 공동이 발생하며, 이 공동이 점점 상부로 확대되어 대형 싱크홀로 이어진다. 따라서 공사현장 주변 지역에 대해 굴착이 일어나는 기간을 포함하여 일정 기간 모니터링 탐사를 한다면 공동의 발생 여부를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광섬유를 이용한 분포형음향센싱탐사(Distributed Acoustic Sensing·DAS)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을 이용하여 지반의 진동, 온도 변화, 변형 등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료를 싱크홀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DAS를 이용한 싱크홀 조기 예측 연구가 최근 시작됐는데, DAS를 도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테스트와 자료처리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다양한 탐사기술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통해 지하안전조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지하안전조사방법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지하안전 평가를 하는 업체들이 난감해할 뿐 아니라 목적에 맞지 않게 탐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리탐사의 특성상 상세한 탐사 가이드라인과 이를 적용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야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싱크홀 방지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대형 싱크홀’을 찾는 대책이 아닐 수 있다. 하수관 손상에 의한 싱크홀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도와 피해 규모가 큰 건설 공사에 의해 발생하는 대형 싱크홀 방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민동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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