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불가결’ 이정후의 두 가지 무기, 장타율+좌완상대타율

이정후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타격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질주 중이다. AP=연합뉴스

이정후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타격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질주 중이다. AP=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다.

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지난 22일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공격수는 이정후와 윌머 플로레스(34)”라면서 “올 시즌 타율 1할대(0.194)로 부진한 중심 타자 윌리 아다메스(30)의 타격 공백을 두 선수가 효과적으로 메워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내셔널리그 13위에 해당하는 타율(0.315)을 비롯해 장타율(0.573) 7위, OPS(0.947) 10위, 안타(28개) 9위, 득점(20점) 7위, 2루타(10개) 1위, 3루타(2개) 2위 등 공격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타자 이정후’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장타 생산 능력이 기대 이상이다. 슬러거형 타자가 아닌데도 올 시즌 10개의 장타(2루타 10개, 3루타 3개, 홈런 3개)를 기록해 이 부문 내셔널리그 3위에 올라 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외야가 넓어 타자친화적이라 평가 받는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덕을 보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시프트 포함) 상대 수비 위치까지 감안해 타구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이 탁월한 게 진짜 비결”이라 칭찬한다.

이정후는 왼손 타자 이면서도 좌완 투수와 상대할 때 더욱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정후는 왼손 타자 이면서도 좌완 투수와 상대할 때 더욱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하나의 강점은 좌완 상대 타율이다. 이정후는 시즌 타율 0.315(89타수 28안타)를 기록 중인데, 왼손 투수 타율(0.406·32타수 13안타)은 그보다 한참 높다. ‘왼손타자는 좌완에 약하다’는 야구의 통념을 뒤엎는 결과다. 이는 이정후가 존경하는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의 강점을 빼닮은 것이기도 하다. 스즈키는 빅 리그 통산 타율 0.311를 기록했는데,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0.304)보다 왼손 상대 기록(0.329)이 좋았다.

실제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홈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정후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을 모두 오른손 타자들로 채웠다. 상대가 왼손 선발(호세 킨타나)을 가동하자 내린 결정이다. 비록 이정후가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팀도 3-11로 졌지만, ‘좌승사자(좌완에 강하다는 의미의 이정후 별명)’에 대한 사령탑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할 수 있다.


이정후의 두 장점은 팀 공헌도 관련 지표(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팬그래프닷컴 지표(fWAR)는 1.4로 이정후를 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올려놓았다.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 지표(bWAR) 또한 1.5로 5위다. 올 시즌 23경기에 이정후를 기용한 샌프란시스코가 평균적인 선수 대비 1.4~1.5승 정도를 추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린다는 의미다.

올 시즌 초반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오른쪽) 를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용 중이다. AP=연합뉴스

올 시즌 초반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오른쪽) 를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용 중이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