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환영사를 하는 클라우스 슈바프 전 세계경제포럼 이사장.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정·재계 거물의 연례 회동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을 지낸 클라우스 슈바프(87)가 주요국의 비위를 맞추려 기관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각국의 생산력과 회복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연계 포럼 논의의 기초가 되는 문건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슈바프 전 회장을 겨냥한 보고서 조작 의혹은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제기했다.
고발자는 서한에서 슈바프 전 회장이 보고서를 조작해 WEF의 진실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WEF가 지난주 접수한 고발 서한에는 슈바프 전 회장 부부가 다보스포럼의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개인 여행 비용을 조달했다는 등의 비위 의혹이 담겨 있었다.
또 슈바프 전 회장이 직원을 시켜 호텔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수천 달러의 현금을 인출하도록 했으며, 직원에게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도 들어있었다.
WEF는 내부 제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슈바프 전 회장은 이 여파로 지난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슈바프 전 회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이 '인격 살해'를 당했다면서 보고서 조작, 기금 횡령 등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나는 1979년에 경쟁력 보고서의 방법론을 처음 개발했고, 지금도 지적인 리더로 남아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부는 최신 데이터를 반영하거나 분석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수정안을 제안하며 나에게 연락했고 나는 이 정보를 팀에 전달했는데 이를 조작으로 규정하는 것은 나의 학문적 지위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슈바프 전 회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완전한 거짓말'로 규정하고, 익명의 내부 고발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슈바프 전 회장은 지난해 성추문과 인종차별 의혹이 제기되자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이번 고발로 이사회에서도 손을 떼게 됐다.
독일 출신 경제학자인 슈바프는 1971년 WEF 모태인 '유럽경영자포럼'을 출범해 매년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각국 정·재계 거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보스 포럼으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