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 행운 이어가려는 김효주 “메이저대회 우승을 향해”

지난달 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을 제패한 김효주. AP=연합뉴스

지난달 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을 제패한 김효주. AP=연합뉴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이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드의 더 클럽 앳 칼튼 우즈에서 개막한다. 총상금 800만달러(약 114억원)의 이번 대회는 ‘호수의 여왕’이란 전통으로 유명하다. 우승자가 캐디와 함께 호수로 풍덩 뛰어드는 세리머니 덕분이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1980년 창설 후 2004년 박지은(46)을 시작으로 2012년 유선영(39), 2013년 박인비(37), 2016년 유소연(35), 2019년 고진영(30)이 차례로 정상을 밟았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LPGA 투어의 대표 주자 김효주(30)를 서면으로 만났다. 김효주는 지난달 포드 챔피언십에서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장기인 아이언샷이 흔들리며 잠시 부진했지만,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1승을 신고하며 조용한 강자임을 입증했다.

2015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김효주에게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가 있다. 바로 ‘메이저 퀸’이다. 비회원 신분이던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맛본 뒤 10년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샷 감각이 최고조로 올라온 지금, 호수의 여왕을 꿈꾸는 이유다. 김효주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만큼 기대감이 크다. 다행히 컨디션도 좋고, 샷도 안정적으로 잡혀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메이저대회 제패가 오래 전이라 우승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김효주를 둘러싼 기운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포드 챔피언십 연장전 18번 홀(파4). 세컨드 샷을 기다리던 김효주의 공 위로 갑자기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예로부터 무당벌레는 행운을 상징하는 존재다. 벌타를 피하기 위해 무당벌레가 날아가기까지 기다리던 김효주는 완벽한 웨지샷으로 핀 1.5m 옆을 공략했다. 이어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릴리아 부(28·미국)를 제쳤다.

우승 직후 샴페인 축하 세례를 받는 김효주. AP=연합뉴스

우승 직후 샴페인 축하 세례를 받는 김효주. AP=연합뉴스

김효주는 “페어웨이로 걸어간 뒤 공을 쳐다봤는데 조그마한 무언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무당벌레더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무당벌레가 날아갈 때까지 기다렸다”면서 “무당벌레가 행운의 상징임은 알았지만, 그때 현장에선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저 마지막까지 경기에만 집중했고, 우승하고 나서야 그 무당벌레가 내게 행운을 가져다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김효주는 동료들도 부러워하는 부드러운 스윙으로 유명하다.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샷으로 페어웨이와 그린을 정확하게 공략한다. 그러나 30대 나이가 되면서 최근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아이언샷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샤프트를 가벼운 제품으로 바꿨다.

김효주. AP=연합뉴스

김효주. AP=연합뉴스

김효주는 “초경량 샤프트가 나왔다고 해서 한 번 테스트를 해봤다. 타구감이 좋고, 부담도 없어서 바로 교체했다”면서 “샤프트는 샷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자신에게 맞는 무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샤프트를 바꾸면 그만큼의 연습량도 필요하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충분한 연습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효주는 셰브론 챔피언십을 마치면 잠시 귀국해 국내 골프팬들을 만난다. 무대는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인 김효주는 “지난해 이 대회를 뛰면서 ‘보약을 먹는 느낌이 든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만큼 대회 기간 내내 많은 팬들을 만나며 정말 든든한 응원을 받았다. 이번에도 지난해 우승자다운 샷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