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관세에 포스코·현대제철 1분기 실적 급감...“2분기에도 어렵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냉연제품이 보관돼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냉연제품이 보관돼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중국산 밀어내기 등 대외적 위기에 봉착한 국내 철강업계가 1분기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7조4370억원, 영업이익 5680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보다 3.4%, 2.5% 줄어든 수치다.

철강부문 자회사인 포스코의 실적이 부진했다. 포스코의 올해 1분기 매출액(별도기준)은 8조9680억원, 당기순이익은 2200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각각 5.8%, 4.3% 줄었다. 제품판매량이 지난해 1분기 822만9000톤(t)에서 올해 1분기 814만8000t으로 감소한 원인이 크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295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460억원으로 소폭 개선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주원료비 감소 등이 영업이익 개선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실적감소는 지난달 12일부터 발효된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25%) 부과 영향이 크다. 관세 부과와 함께 한국에 적용됐던 연간 263만t 규모의 철강 관세 면제 쿼터는 폐지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액은 10억400만 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15.7%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쿼터제 폐지로 고급강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홍윤식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규제당국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철강의 종류, 양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특정 철강재 수출을 급격하게 늘리면 추가 제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자 전환한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포스코보다 실적이 더 어두웠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매출 5조5635억원, 영업손실 190억원, 당기순손실 544억원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5% 감소했고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에도 4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봉형강 수요 위축, 트럼프 관세에 더해 지난 2월 생산을 일시 중단하면서 손실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개시한 2024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금에 대한 이견으로 7개월가량 극한대립을 벌였다. 특히 지난 2월 24일에는 회사 측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보름가량 철강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 노사는 이달 중순 평균 성과급 27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회사는 수백억 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 2월 25일 노조의 쟁의행위에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한 가운데 냉연공장 내부가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노조의 쟁의행위에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한 가운데 냉연공장 내부가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의 2분기 실적이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관세에 따라 수출 시장에 제약이 큰 데다, 원자재 가격 변동률이 높아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6일 91.18달러였던 철광석은 지난 14일 기준 98.96달러로 100달러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각 업체는 가격 인상 압박에도 시장 장악력 저하 우려 탓에 시점을 미루고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관세로 대미 수출량이 줄더라도 가격이 오른다면 충분히 철강업체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트럼프 관세를 비롯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글로벌 철강수요 감소를 촉발할 수 있어 국내 업체의 수익 감소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중국산 후판에 대한 최대 38.02%의 반덤핑 관세 부과조치가 4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긴급시행되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는 점유율 회복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공동투자가 미국 판매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2029년까지 총 58억 달러를 투입해 짓는 연산 270만t규모(차강판 180만t, 일반강 90만t)의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에 포스코그룹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국내외 다양한 사업에서 손을 맞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상건 현대제철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은 콘퍼런스콜에서 “포스코와 미국 투자에 협력하는 부분이 있고, 국내 사업에서도 포스코와 다양한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