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모도 의사도 겁난다…3명중 2명 제왕절개 '역대 최고치'

임신 사진. 사진 픽사베이

임신 사진. 사진 픽사베이

다음 달 첫 출산을 앞둔 임신부 김모(39)씨는 제왕절개 수술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김씨는 "주변에서 대부분 '선택 제왕'을 했다. 남편도 괜한 진통을 겪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제왕절개 수술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출생아 3명 중 2명(67.4%)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분만 23만5234건 중 제왕절개는 15만8646건(67.4%), 자연분만은 7만6588건(32.6%)이었다. 2019년 51.1%였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22년  61.6%로 처음 60%대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6.3%포인트 늘었다.   

OECD국가들의 출생아 1000명당 제왕절개 건수. 사진 보건복지부

OECD국가들의 출생아 1000명당 제왕절개 건수. 사진 보건복지부

이같은 수치는 미국(32.1%)의 두 배, 일본(18.6%)의 세 배 이상,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10~15%)의 네 배를 넘는 수준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왕절개 건수가 많은 나라(2021년 기준)다. 

의료진들은 제왕절개를 원하는 임신부가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진통을 두려워해 제왕절개를 원하는 임신부가 많다"고 전했다.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맘 카페를 통한 후기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고령 산모가 늘어난 것도 증가 원인 중 하나다. 2024년 기준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7세로 10년 전(32.04세)보다 1.66세 높아졌다. 2023년 제왕절개 분만율은 20대는 59%, 30대는 64%, 40대는 75.3%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수술 비율이 높았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산모 나이가 많으면 고위험군인 데다 자궁 수축력이 약해지는 등 자연분만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감염이나 출혈 등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자연분만의 모성 사망률은 10만 명당 0.2명이지만 제왕절개는 10만 명당 2.2명으로 11배 높다. 김의혁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연분만은 시도하다가 제왕절개로 전환하더라도 처음부터 수술하는 것보다 회복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자연분만을 권유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때문이다. 2023년 분만 과정에서 신생아가 뇌성마비 장애를 입게된 뒤 산부인 전문의에게 법원이 1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게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유정현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의료진 입장에선 거액 배상이나 형사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보니 제왕절개를 택하게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큰 분만에서 의사가 방어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 의정갈등 전후인 2023년과 2024년을 비교했을 때 상급종합병원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73.6%에서 78.8%로, 의원급은 63.8%에서 67.4%로 올랐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은 "전공의 공백으로 대학병원으로 전원이 어려워지면서 병·의원급에선 난산이 우려되면 수술을 빨리 결정한다"고 말했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분만 응급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서명옥 의원은 "최선의 의료행위를 했어도 소송 등의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선 의료인이 최선의 판단을 하기 어렵다"라며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정당했다면 법적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