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5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 골목에 대출 광고가 붙어있다. 뉴시스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내수 부진에 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의 연체율이 급증하며 우려를 키웠다.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한 달 이상 원리금(원금과 이자)을 갚지 못한 대출의 비중은 지난 2월 기준 0.58%였다. 전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해 2018년 11월(0.6%) 이후 7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3000억원 줄었다. 연체 채권 정리 규모도 전월 대비 8000억원 늘어난 1조8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연체율 상승을 막진 못했다.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은 중소법인과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0.43%)과 동일했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월(0.61%)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지난 2월 0.1%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0.5%포인트 급증했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눈에 띄게 오른 것은 부진한 경기 영향이 크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법인과 자영업자들이 빚을 못갚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이뤄진 금융지원이 끊긴 것도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이미 종료했고, 당시 이뤄진 만기 연장이나 이자 납부 유예 조치들이 끝나가면서 부채 부담이 본격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할 경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들 부채에 대한 건전성 관리 우려 커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사업자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이중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초 들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가 견인하는 은행의 연체율 상승이 심상치 않다”며 “은행이 이 정도면 카드나 캐피탈의 연체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건전성 우려에 대해 “은행들의 자본 확충 여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건전성을 걱정할 상황까지는 아직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