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산 반도체 관세 철회"…'물밑 접촉' 이어 빅딜 시그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회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양국이 보복을 거듭하며 벌여온 ‘관세전쟁’도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CNN은 중국 선전시 소재 수입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에서 생산된 일부 반도체에 대해 보복 관세 125%를 조용히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메모리칩을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를 포함하는 8종의 집적회로에 대해 관세가 면제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방송에 말했다. 이어 “고객들을 위해 (수입품을) 정기 통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수입업체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미국산 수입품 중) 반도체·집적회로 관련 8개 관세 코드가 추가 관세에서 면제된다는 새로운 통지를 받았다”며 “중국에 수입해도 관세가 0%란 얘기”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징 역시 이날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8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중국반도체산업협회 발표를 인용해 “이들 품목에 대해 부가가치세 13%만 부과되며, 지난 10~24일 사이에 들여온 제품에 대해 관세를 낸 경우엔 환급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메모리칩은 관세 면제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중국 당국의 검열로 인한 것인지 오보로 인한 자체 삭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뿐만 아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의료장비, 산업용 화학물질 등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125%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특정 산업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관세 유예 조치의 배경을 짚었다. 

관세 유예 품목에 미국산 에탄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기지인 중국은 미국산 에탄에 의존해 공장을 돌리고 있다. 미국산 비중이 큰 첨단 의료 장비 역시 포함된다. 중국 병원에서는 대부분 미국산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기계 등을 사용 중이다. 

이같은 중국의 관세 면제 조치가 미·중 관세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주목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여러 차례 협상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자, 미 재무부 들어가 

중국은 그동안 관세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해 왔지만, 물밑 접촉 움직임은 확연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매일 (중국과 직접 접촉) 하고 있다. (관세 관련 합의가) 2~3주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자,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어떠한 협의나 협상을 한 적이 없고, (관련 언급은) 모두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었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과의) 경제 및 무역 협상은 진행 중이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의 오찬 회동 후 기자들에게 “그들(미국과 중국 대표들)은 오늘 오전에 회의했다”며 양국 간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재차 밝혔다.

24일오전 7시(현지시간)께 중국 재정부(기획재정부에 해당) 고위 인사가 10여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미 재정부 본부 건물로 입장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사진은 양측의 회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중국측 수행원. 이들은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신분증을 착용하고 있었고, 신분증엔 '중국(China)'라는 국적이 표기돼 있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24일오전 7시(현지시간)께 중국 재정부(기획재정부에 해당) 고위 인사가 10여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미 재정부 본부 건물로 입장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사진은 양측의 회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중국측 수행원. 이들은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신분증을 착용하고 있었고, 신분증엔 '중국(China)'라는 국적이 표기돼 있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실제로 중앙일보 취재진은 이날 오전 7시쯤 중국 재정부 고위 당국자가 10여 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워싱턴 DC 백악관 바로 옆에 있는 미 재무부 청사로 입장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10여 명의 수행원을 이끈 고위 당국자의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모두 현재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장 입장에 필요한 신분증을 착용하고 있었다. 전날 방미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한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이 착용했던 것과 같은 종류였다.

이날 미·중 양국의 ‘재무부 회동’은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통상 협의’를 시작하기 1시간가량 앞서 진행됐다. 한·미 관세 협상이 미·중 물밑 접촉에 이어 진행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