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文 "검찰 기소 부당…尹 정부 3년은 퇴행의 시간"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임현동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 임현동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검찰이 자신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기소 자체도 부당하지만, 뭔가 정해진 대로 무조건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검찰권이 남용된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같다”고 비판했다. 2022년 5월 퇴임 이후 처음 국회를 찾아 우원식 의장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우 의장은 전날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에 대해 “(문 전 대통령께서) 4월 말까지 답변하려 했는데, 답변 준비 중에 갑자기 기소됐다.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잘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기억하는 범위 내의 답변을 작성해놓고, 좀 더 사실관계를 깊이 있게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 등을 방문해 서류를 열람하던 중이었다”며 “그 과정이 검찰과 협의된 상황이었는데, 전격적으로 기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무고함을 밝히는 차원을 넘어, 검찰권 남용과 (검찰의) 정치화를 제대로 드러내고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우 의장은 “아주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고, 문 전 대통령은 “이번에 계엄 사태 수습 과정에서 국회가 정말 큰 역할을 해줬다”고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 들어서서 나라를 빠르게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지금 같은 대립이나 분열이 지속된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회와 차기 정부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남북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남북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전 대통령은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8번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17분간 이어진 기념사를 통해 “지난 3년은 그야말로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함께 공들여 이룩한 탑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려운데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회피하며 세수 결손을 초래했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고 말했다. 


또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9·19 군사합의 복원과 균형외교를 강조하면서, 핵무장론에 대해선 “위험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를 향해선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퇴행과 전진을 반복해 온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며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국회도서관 강당을 가득 채운 지지자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참모진이 함께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김경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도 참석했다. 김경수 후보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왜 검찰의 수사 기능이 해체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각인시켜준 사건”이라며 “수사 검찰, 정치 검찰은 정권 교체 후 민주 정부에서는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고 했다.

호남 방문 일정으로 기념식에 불참한 이재명 후보는 SNS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주었다”며 “한반도 평화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므로, 남북이 다시 대화하고 협력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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