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엔 모실 곳이 없다"…공설 '해양장' 목소리 커진 부산

한 유족이 해양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사진 부산바다해양장

한 유족이 해양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사진 부산바다해양장

부산의 장사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해양장(海洋葬·바다장)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해양장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개정으로 지난 1월 24일부터 합법화됐지만, 공설 시설은 전무하다. 지자체는 조례로 장사시설을 지원할 수 있지만, 해양장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준호 의원 “민관 협력 형태로 해양장 운영해 이용료 낮춰야”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이준호 의원(국민의힘·금정2)은 26일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해양장은 봉안당처럼 구조물을 설치하는 게 아니어서 장사시설로 보지 않는다”며 “장사법은 개정됐지만, 지자체가 조례로 해양장을 지원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100% 민간에서 해양장을 하다 보니 비용이 비싸고, 신뢰도가 낮아 장사법 개정 이후에도 이용객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민간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양장을 부산시가 민관 협력 형태로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양장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 친환경적 장례 방식이며, 간소함을 추구하는 최근 기조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에서만 해양장 관련 민간업체는 4곳에 이른다. 지난해 부산에서 치러진 해양장은 2000여건 내외로 추정된다. 해양장이 빨리 자리 잡은 인천에서 치러지는 해양장은 부산보다 3배가량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7년째 해양장을 치러온 ‘부산바다해양장’ 김모(40) 대표는 “인천은 해양장을 시작한 지 13년이 넘어서 사업체마다 부표로 바다 구역을 나누는 등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며 “부산은 요트를 활용해 해양장을 하다 보니 인천처럼 체계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해양장은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 치러진다. 어장·선박 통행로·양식장·환경관리해역·해양보호구역은 해양장 가능 구역에서 제외된다. 장례의전팀이 동승한 선박에서 종교 예배나 제사를 지내고 골분(뼛가루)을 뿌리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장례는 1시간가량 소요된다. 유족들은 추후 기일 등에 해당 부표가 있는 장소로 배를 타고 나가 참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선박 대절 비용은 40만~60만원 선이다. 부산 공설 봉안시설은 15년간 안치할 경우 이용료가 12만~3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비싸다. 

 한 유족이 해양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사진 부산바다해양장

한 유족이 해양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사진 부산바다해양장

부산 공설 봉안시설 2030년 포화…공설 해양장 운용 검토  

한편 부산 공설 봉안시설은 2030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장군 부산추모공원과 금정구 영락공원의 봉안율은 4월 기준 90%를 넘어섰다. 잔여시설은 2만기에 불과하다. 2026년까지 5만기를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지만, 매년 2만 5000여명이 사망하고 있어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9%로 전국 8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믈론 부산시도 장사시설 추가 조성만으로는 늘어나는 장사 수요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양장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부산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올해 6월까지 민간에서 시행하는 해양장 건수 등을 조사한 뒤 시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며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민간업체가 위탁 운영하되, 조례를 마련해 시가 통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장례행정복지과 이남우 교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민간업체를 활용하되 시가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개입 권한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부산 바다는 환경관리해역 또는 해양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지역이 많은 탓에 골분을 뿌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