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이면 약 배송 받는다"…임신중절 막자 되레 늘어난 美, 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임신중절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임신중절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각 주(州)에서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법이 확산하는 가운데 오히려 중절 건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신중절 금지 주의 여성들이 합법 주로 이동하거나, 우편으로 낙태약을 받는 추세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임신중절이 불법인 일부 주에서 임신중절이 더 흔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최근 전했다. 지난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대부분 주에서 임신중절이 불법화됐다. 하지만 우편으로 낙태약을 받는 등 법망을 피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성·생식 관련 비영리기관인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임신중절 중 약물 중절이 63%로 가장 많았다.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주에서 도입한 '실드(Shield·방패)법'의 영향도 크다. 매사추세츠·뉴욕·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8개 주는 낙태약을 어디에 보내든 관계없이 제공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이 법안은 임신중절 서비스 제공자를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실드법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상반기 실드법에 따라 매달 약 1만건의 임신중절이 이뤄졌다고 추산했다.

낙태약 가격은 5달러(약 7000원) 정도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신청만 하면 집으로 배송 받을 수 있다. 원격 진료와 낙태약을 제공하는 매사추세츠의 한 자원봉사 단체는 "약물의 95%가 임질중절이 금지된 주로 보내진다"고 밝혔다.

낙태약 갈등으로 소송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텍사스주는 뉴욕주에 사는 의사가 낙태약을 보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루이지애나주 검찰은 지난 1월 뉴욕의 같은 의사가 10대 여성의 어머니에게 약물을 보냈다며 기소했다. 이에 주법원은 벌금 11만3000달러(약 1억6000만원)를 부과했다. 하지만 캐시 호출 뉴욕주지사가 해당 의사의 인도를 거부하면서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임신중절에 쓰이는 대표적인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에 사용 제한 공약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역풍을 의식해 물러선 적 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마티 마카리 식품의약국(FDA) 신임 국장이 지난달 인준 청문회에서 "미페프리스톤의 비대면 처방을 재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낙태약과 관련한 글을 음란물로 규정하기 위해 사문화된 19세기의 '반음란법'을 되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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