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의 리버풀, EPL 조기 우승...손흥민 빠진 토트넘은 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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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리버풀 우승에 앞장선 살라흐(가운데)가 휴대폰을 들고 관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리버풀 우승에 앞장선 살라흐(가운데)가 휴대폰을 들고 관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EPA=연합뉴스]

 
리버풀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손흥민(33)이 부상으로 빠진 토트넘은 들러리 신세였다.

리버풀은 28일(한국시간)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4~25시즌 EPL 34라운드에서 토트넘을 5-1로 대파했다. 리버풀은 25승7무2패(승점82)를 기록, 2위 아스널(18승13무3패·승점67)에 승점 15점 앞섰다. 리버풀이 남은 4경기를 모두 지고, 아스널이 잔여 4경기를 모두 이겨도 1~2위는 뒤바뀌지 않는다.

리버풀은 2019~20시즌 이후 5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리버풀은 통산 20번째 1부리그 우승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1992년 EPL 출범 후 2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이날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리버풀은 5골을 몰아치며 대승을 거뒀다. 전반 12분 도미닉 솔랑케에 헤딩 선제골을 허용하고 반격에 나선 리버풀은 4분 뒤 루이스 디아즈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24분 알렉시스 맥앨리스터가 중거리슛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전반 34분 코디 학포의 추가골로 전반을 3-1로 마쳤다.  

후반 18분 역습 찬스에서 무함마드 살라흐가 왼발슛으로 팀의 4번째 골을 터트렸다. 살라는 휴대폰을 들고 팬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집트 출신 살라흐는 EPL 통산 185골을 기록, 세르히오 아구에로(184골·아르헨티나)를 제치고 EPL 외국인 최다득점자에 등극했다. 후반 24분 토트넘 데스티니 우도기의 자책골까지 나왔다.  


5년 전 우승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무관중이었지만 이날은 관중석은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경기 후 리버풀 선수단은 어깨동무를 하고 관중석 앞에서 구단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을 함께 불렀다. 

부임 첫 시즌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슬롯 감독. [AFP=연합뉴스]

부임 첫 시즌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슬롯 감독. [AFP=연합뉴스]

 
아르네 슬롯(46·네덜란드) 리버풀 감독은 방송사 마이크를 들고 전임 위르겐 클롭 감독 응원가를 부르는 낭만을 보여줬는데, 앞서 클롭 감독이 지난해 리버풀 고별식에서 슬롯의 응원가를 불러준 것에 화답한 거다. 

올 시즌을 앞두고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떠나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슬롯 감독은 ‘완벽한 클롭의 후계자’였다. 클롭의 유산인 선수들의 정신력과 능력을 슬롯 감독이 믿었다. 리버풀은 지난해 여름 딱 한 명 보강했는데 그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 페데리코 키에사였다. 

슬롯 감독은 의구심을 떨쳐내고 ‘슬롯볼’을 구사하며 놀라운 데뷔시즌을 보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클롭 전임 감독의 압박과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의 빌드업을 적절히 믹스시킨 최신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클롭 감독 축구가 헤미메탈처럼 격정적이었다면, 슬롯 감독 축구는 조금 더 세밀하고 오랫동안 공을 점유한 뒤 전환 플레이를 펼쳤다. 

득점과 어시스트 선두(28골-도움) 살라가 디아스, 각포, 조타 등과 무시무시한 삼지창 공격을 펼쳤다. 중원에서 라이언 흐라번베르흐가 상대를 부수고, 맥앨리스터가 그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었다. 주장 겸 중앙수비 버질 판데이크는 철벽수비를 이끌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리버풀. [사진 리버풀 인스타그램]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리버풀. [사진 리버풀 인스타그램]

 
이날 리버풀 베스트11 중 잉글랜드 출신은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한 명 뿐이었다. 공격수 디아스(콜롬비아)와 살라(이집트), 각포(네덜란드), 미드필더 도미니크 소보슬러이(헝가리)와 흐라번베르흐(네덜란드), 맥앨리스터(아르헨티나),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스코틀랜드)과 판데이크(네덜란드), 이브라히마 코나테(프랑스), 골키퍼 알리송 베커(브라질) 등 10명이 외국 국적이다. 이 외에도 코너 브래들리(북아일랜드)와 코스타스 치미카스(그리스), 엔도 와타루(일본) 등 A매치 기간에 20명이 각국 대표팀에 차출됐는데, 슬롯 감독이 네덜란드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다국적 군단을 잘 이끌었다. 

슬롯 감독은 부임 후 초반 각종대회 12경기에서 11승을 거뒀다. 시즌 도중 거의 7개월간 26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브라이턴을 꺾은 뒤 쭉 선두를 유지했다. 계약 만료를 앞둔 살라와 판데이크, 알렉산더-아놀드의 재계약 여부를 놓고 시즌이 불확실성 속에 진행됐지만, 슬롯 감독이 팀 분위기를 잘 잡았다. 살라와 판데이크를 재계약했고, 알렉산더-아놀드는 올여름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나온다. 

슬롯 감독은 EPL 통산 5번째로 부임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사령탑이 됐다. 조세 모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안토니오 콘테(이상 전 첼시), 마누엘 페예그리니(전 맨체스터시티)에 이어 부임 첫 시즌 EPL을 제패했다. 

토트넘의 포스테코글루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의 포스테코글루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리그 3연패에 빠진 토트넘은 16위(11승4무19패 승점37)에 그쳤다. 강등은 면했지만 굴욕적인 순위다. 19패는 토트넘의 한 시즌 최다 패배 타이기록으로, 앞서 1993~94시즌과 2003~04시즌 19패를 당한 바 있다. 유로파리그 4강에 올라있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유로파리그를 우승하더라도 경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발 부상을 당한 손흥민은 지난 11일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출전 이후 4경기 연속 결장했다. 손흥민은 다음달 2일 열릴 보되/그림트와의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복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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