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고교생이 흉기를 휘둘러 교장 등 6명이 다쳤다.

28일 충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6분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흉기로 사람을 찔렀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가해자는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18)이었다. A군은 이 학교의 특수교육 대상자로 방과 후 특수교육과 상담·치료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A군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 학교 교장(60)과 환경실무사(54)·행정실 주무관(40) 등 교직원 3명이 흉기에 가슴과 복부를 찔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을 상담하던 특수교사 1명은 쇼크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했다.

A군은 범행 후 학교를 나와 길거리에서 마주친 행인 2명에게도 상해를 입혔다. 주민 임모(43)가 흉기에 얼굴을 찔렸고, 김모(34)씨는 도주하던 A군이 미는 바람에 머리를 다쳤다. 교직원을 비롯한 부상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흉기 난동을 벌인 뒤 학교 인근 저수지에 뛰어들었다가 구조됐다. 이날 오전 8시48분쯤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A군의 가방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 외에 다른 종류의 흉기 3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 설명을 종합하면 A군은 이날 오전 8시33분 학교 1층 특수학급 교실로 등교했다. 이곳에서 상담을 받던 중 갑자기 특수교사를 향해 흉기를 꺼내 위협했다고 한다. 해당 교사가 고함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도망가자, 이 소리를 듣고 복도로 나온 교장 등 학교 관계자와 몸싸움을 했다. 이 과정에서 A군이 휘두른 흉기에 교장 등이 다쳤다.

A군은 곧장 학교 앞으로 나와 도로에 정차해 있던 임모씨 자동차로 향했다. 학교 활동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임씨는 “출근길에 해당 고등학교를 지나는데, 한 학생이 차로 달려와 운전석 뒷좌석 창을 노크했다”며 “뒷좌석에 7살·4살 아이들이 타고 있어서 운전석 창문을 내렸더니 1~2초 정도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흉기로 얼굴 왼쪽을 찔렀다”고 말했다.


A군이 흉기를 손으로 가리고 있어서, 범행 징후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임씨는 “차에서 내려 도망가는 학생을 봤는데 약 15m 떨어진 곳에서 등원 중이던 다른 학부모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차를 도로 한복판에 계속 세워둘 수 없어 (이동시킨 뒤) 피가 흐르는 얼굴을 손으로 부여잡은 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학생은 휴대전화와 흉기를 바닥에 버려둔 채 도주한 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뒷좌석 창문을 열어줬다면 큰일을 당할 뻔했다”고 덧붙였다.

A군이 재학 중인 학교는 2012년 설립된 공립 고등학교다. 이중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특수학급 교실 2개(13명)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A군은 특수학급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대상자는 아니었다. 충북교육청 손희순 교육국장은 “A군은 일반 학급 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동일하게 수업을 받는 '완전 통합 특수교육 대상자'였다”며 “특별 방과 후 교육을 받거나, 치료 지원 서비스를 받는 게 다른 특수교육 대상자와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A군이 난동을 부릴 당시 특수학급 교실에 다른 학생은 없었다. 손 국장은 “A군이 또래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편이었으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고 했다. 충북교육청은 A군이 어떤 장애를 앓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A군이 흉기 난동을 벌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다친 직원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 자초지종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예상치 못한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으로 (사건이)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책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대전 하늘양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안에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불안하다”며 “학생과 교원 모두가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