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청사와 가까운 어진동 ‘한뜰마을6단지 중흥S클래스센텀뷰’ 전용면적 84㎡는 이달 1일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 대비 2억원 이상 올랐다. 같은 단지 전용면적 165㎡는 19억원, 135㎡는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역시 직전 거래보다 올랐다. 세종시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인 나릿재마을 2단지 세종리더스포레 전용 84㎡도 11억8500만원에 팔렸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8억원대에 거래됐던 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전날 접수를 마감한 세종 산울마을 5단지 세종파밀리에더파크(행복중심복합도시 6-3M2 블록) 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10만8057명이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플러스 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평형별로는 84㎡ B타입의 경쟁률이 3만3725대 1로 최고를 기록했다. 당첨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데다,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 기대감이 커진 게 청약 수요를 높였다.
세종시는 지난해 아파트값이 4.1% 하락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상승률 꼴찌를 기록했다. 부진한 흐름은 올 초까지 계속됐지만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실과 국회 등의 세종시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임기 내에 국회 세종의사당(분원)과 대통령 집무실을 건립하고, 국회 본원 및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후보들의 공약도 비슷하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는 게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민주당이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오자 그해 세종시 집값은 45%나 뛰었다. 전국 평균 상승률의 4배가 넘는 기록적인 상승이었다. 하지만 이전 계획이 무산되며 2021년부터 고꾸라졌다. 2017년 대선 때도 국회 세종 분원 설치 이슈가 부각되면서 단기간에 집값 변동성이 커졌다.
시선은 엇갈린다. 나성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세종시 건설 계획을 세운 참여정부 때와 2020년에 이어 천도론만 세 번째”라며 “외부 투기 수요가 몰렸다가 거품이 빠지는 걸 반복하는데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여야 후보 모두 수도를 옮기는 수준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누가 이기든 집값은 당분간 오를 거로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이나 국회를 옮겨도 실제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거란 전망도 있다. 세종포천고속도로가 완전 개통을 앞두고 있어서다. 세종포천고속도로는 현재 안성에서 포천까지 연결됐고, 세종~안성 구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예정대로면 내년 말 완공된다. 자녀 교육 문제로 서울을 자주 오가는 모 부처 과장은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가 1시간 정도로 단축되면 거주지를 옮기기보단 출퇴근을 택하는 공무원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지역별 세종시 전입자를 살펴보면 대전∙충청권(10만8592명)이 수도권(5만4234명)의 두 배다. 세종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사람을 제외한 순이동자는 5년간 4000명 정도에 그친다. 주변 지역 인구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지만, 수도권으로부터의 인구 유입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미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이전을 공식화한 만큼 신규 수요로 인해 일정 기간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순수하게 행정기관 이전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