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분기 GDP 코로나19 이후 첫 ‘역성장’

김경진 기자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은 것은 큰 폭으로 늘어난 수입품이다. 전 분기 대비 올해 1분기 미국 수입액은 41.3% 급증했다. 수입품 중 특히 상품 수입액은 전 분기 대비 50.9% 폭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은 1.8%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늘면, 순수출액이 감소해 전체 GDP가 줄어든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1분기 미국 GDP에서 순수출액은 전 분기 대비 -4.83% 급감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둔화세도 컸다. 1분기 미국 소비자 지출은 전 분기 대비 1.8% 증가했는데, 이는 2023년 1분기(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상무부는 “1분기 실질 GDP 감소는 수입 증가, 소비 지출 감소, 정부 지출 감소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전 수입액 급증이 GDP 감소 요인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감소는 관세 부과의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상황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산탄데르 US캐피털마켓츠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들어 수입이 정상화되면 GDP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짚었다.
“관세 수정 없으면, 여름부터 경기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연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와 고용의 일부 지표들은 이미 뚜렷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7.9 떨어진 8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2020년 5월(85.9) 이후 최저치다. 해당 수치가 낮을수록 소비자들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소득·사업·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도 같은 시기 12.5 급락한 54.4를 기록하며 2011년 10월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3월 구인 건수도 719만2000건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구인 건수는 향후 고용 수치에 영향을 끼치는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물가 상승률도 1년 만에 최대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면, 미국 통화 당국도 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부양책을 쉽게 꺼내기 어렵다. 정책 수단이 제한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모두 막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직면하고 경제가 더 높은 실업률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소식에 “바이든 정부의 잔재물”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면서 자신이 약속한 “호황이 나타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증시 주요지수는 1~2%대 하락세로 출발했다. 한편, 중국 경제도 관세 충격에 위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한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경기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