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행정부"…작별 수순 머스크 '트럼프 찬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각료 회의에서 “훌륭한 내각과 함께 일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내각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면서 작별 인사를 건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그와 욕설을 섞어가며 정면 충돌했다는 얘기가 나온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비롯해 각료 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향해 “언젠가는 자동차(테슬라)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라며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연방정부 지출 삭감액) 1500억 달러(약 215조원)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살짝 웃으며 “이제 1600억 달러(약 229조원)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당초 목표했던 절감액 2조 달러(약 2862조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유세에 참여하며 연방 정부 지출을 최소 2조 달러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지난 2월 26일 트럼프 2기 첫 각료 회의에서는 “2026 회계연도까지 1조 달러(약 1431조원) 감축 달성이 목표”라고 공식화했다.

트럼프 “언젠가 돌아가고 싶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날 각료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애정을 드러냈다. 발언 기회를 얻은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성과와 관련해 “엄청난 일이 이뤄졌다. 역대 어느 행정부에서 달성한 것보다 더 큰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행정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또 검은색 모자 위에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이라고 쓰인 빨간색 모자를 겹쳐 쓰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월 20일 ‘멕시코만’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당신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이 나라 대다수는 당신을 존경하고 감사해 한다”며 “정말 감사하고, 당신은 원하는 만큼 오래 (백악관에) 머물러도 좋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행정부 업무에서 손을 떼고 경영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징후는 최근 여러 번 감지됐다. 지난달 22일 테슬라 1/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그는 “정부효율부의 주된 작업이 대부분 끝났다. 5월부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테슬라에 할애할 것”이라며 트럼프 내각과 서서히 거리를 두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전날 보수 매체 뉴욕포스트에 “머스크는 더는 백악관에서 정기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며 “그와 직접 만나는 대신 전화로 (업무를) 이야기하지만 효과는 같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정부효율부를 이끌며 트럼프 2기 최고 실세로 꼽혀 왔다. 하지만 정부 부처 축소 및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그간 ‘특별공무원’(Special Government Employee, SGE)’ 신분으로 일해 왔는데, 130일로 정해진 특별공무원의 활동 시한은 5월 말로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각료회의, 북한 김정일 스타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각료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각료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의 이탈이 길어지고 그에 대한 일부 대중의 반감이 테슬라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등 테슬라 내부 긴장감이 높아지던 한 달 전쯤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 CEO 후임 물색을 시작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 다만 후임 선출 계획이 여전히 진행 중인지 중단된 상황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대해 테슬라는 로빈 덴홈 이사회 의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테슬라 이사회가 CEO를 찾기 위해 구인 업체와 접촉했다는 잘못된 보도가 있었다”며 “이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덴홈 의장은 또 "테슬라의 CEO는 머스크이며, 이사회는 앞으로 흥미로운 성장 계획을 계속 실행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을 매우 신뢰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각료 회의 풍경을 놓고는 ‘북한 김정일(전 국방위원장) 스타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수 평론가 앤 콜터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김정일 스타일의 찬사 없이 각료 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각료 회의에 참석한 고위 관료들이 돌아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 성과에 대해 과도한 찬사를 보내는 것을 두고 김정일 전 위원장 찬양 일색이었던 북한에 빗대 비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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