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증산·경기침체에 유가 급락…WTI 4년만 60달러 깨져

4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갔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주요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유가 하락에 한몫했다.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은 늘어난다는 전망에 유가는 추락했다.

국제유가 2021년 3월 이후 최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21달러(3.7%) 떨어진 58.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선을 내주면서 2021년 3월 23일(57.76달러) 이후 4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13달러(1.8%), 두바이유는 2.08달러(3.2%) 하락하면서 각각 63.12달러, 62.53달러를 기록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국제유가는 이미 꾸준한 내림세를 보여왔다.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달 들어 각각 15.5%, 18.6% 내렸다. 월간으로 비교하면 2021년 11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수요 감소·공급 증가 동시 충격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3%(연율 기준) 감소하면서 시장의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시켰다. 미국 분기 GDP가 역성장한 건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소비와 생산이 줄어드는 만큼 원유의 수요도 따라 감소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 지표마저 꺾이자 국제유가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국제유가를 끌어내린 건 수요 둔화 우려뿐만이 아니다. 공급까지 늘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철회하고 되레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 확대 협의체인 OPEC+는 오는 5일 열릴 회의에서 생산량 확대를 논의한다. 미즈호 증권의 로버트 야거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2020년처럼 생산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은 국제유가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 결과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는 WTI 가격이 올해 평균 배럴당 64.6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설문에서 예상치는 배럴당 68.36달러였는데 1달 만에 전망치를 3.76달러(5.5%) 하향했다.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라는 양방향의 가격 하방 압력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