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어렵다, 韓경제 초유의 4년연속 2% 이하 성장 위기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 2023년 이후 4년 연속 2% 이하의 성장률이다. 한국 경제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장기 부진이다.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라 반등 시점도 점점 늦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명동거리 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연합뉴스

서울 명동거리 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연합뉴스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로 낮추며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국 중 호주 다음으로 하락 폭이 컸다. IMF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거로 보고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0%로 낮췄다. 세계 무역 위축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거라고 본 것이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무역갈등 등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고금리 및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부족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 언급했다. 한국에 대한 분석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정확하게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짚었다.

IMF뿐만 아니라 한국은행(1.8%)∙ADB(1.9%) 등 국내외 다른 기관의 시각도 비슷하다. OECD가 유일하게 내년 2.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지만, 다음 전망에서 눈높이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 지난해엔 2%에 턱걸이했다. -0.2%라는 충격적인 1분기 성적표를 고려하면 올해도 1% 전후에 머물 전망이다. 내년까지 1%대에 그치면 성장률은 4년 연속 2% 이하에 머무는 셈이다.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은 통상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한다. 수출이 부진할 때는 내수가 버텨주고, 내수가 어려울 땐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하는 식이다. 최근엔 후자에 가까웠다. 내수는 그야말로 암울하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 역시 최근 4년간 점점 낮아졌다. 2021년 4.1%포인트에서 지난해엔 0.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수출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의 여파로 수출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과의 공식 협상에 착수했지만, 장기화 가능성이 큰 미∙중 갈등이 더 큰 걱정거리다.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다양한 경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여기에 3년째 이어진 세수 부족 탓에 재정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환율 변동성 때문에 금리 인하 여력도 크지 않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30년 동안 큰 고통을 받았는데 한국도 그런 장기 저성장의 초입에 접어든 것”이라며 “지금은 경제의 회복력이 많이 무너져 있다”고 말했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했다. KDI도 2월 경제전망에서 ‘잠재성장률 1%대 진입’을 언급했다. 2000년대 초반 5% 안팎이었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대로 떨어진 뒤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서는 앞으로 2% 성장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다양한 구조적 문제에 노출돼 있다. 기본적으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에 기댈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 등 각국이 무역장벽을 쌓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 움직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김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잠재성장률 제고를 모든 경제정책의 중심에 둬야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 혁신, 산업∙노동∙자본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에도 실기하면 정말 깊은 터널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며 “한국이 주요국과의 경쟁에 앞설 수 있는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