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횡단보도 '무조건 일시정지'…이 원칙 지킨 운전자 0%

스쿨존 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유무에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연합뉴스

스쿨존 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유무에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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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법상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있는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운전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일 한국도로교통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과 대전의 스쿨존 2곳에 있는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105대의 차량이 통과하는 동안 단 한 대도 일시정지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는데도 91.4%(96대)가 멈추지 않고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5대 중 겨우 9대(8.9%)만 규정을 지킨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7항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한다. 이 조항은 2022년 1월에 신설됐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이 부과된다.  


 스쿨존 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 의무도 잘 지켜지지 않지만, 제한속도(시속 30㎞)를 어기는 차량도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도가 빠르면 급제동 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유사시 대응이 어렵다.

 공단에 따르면 스쿨존 내 제한속도인 시속 30㎞로 주행해도 브레이크를 밟은 뒤 완전히 멈출 때까지 약 4m를 더 가게 된다. 그런데 시속 50㎞로 달리면 이 제동거리가 3배인 12m까지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체구가 작은 어린이가 도로 주변에 걸린 플랫카드나 가드레일 등에 가려져 운전자 시야에 잘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무신호 횡단보도에 나타날 경우 제대로 대처가 어렵게 된다. 특히 과속한 때에는 사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과속하면 유사시 제동거리가 길어져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뉴스1

과속하면 유사시 제동거리가 길어져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뉴스1

 
 이 같은 법규 위반이 계속되면서 스쿨존 내 어린이 보행사상자 사고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어린이날이 포함된 가정의 달인 5월에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보행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스쿨존 내 어린이 보행사상자는 모두 1933명으로 사망 16명에 부상이 1917명이었다. 이를 월별로 보면 5월이 234명(사망 3명, 부상 231명)으로 최다였고, 6월과 10월이 뒤를 이었다. 

 공단 관계자는 “서행보다 일시정지가 사고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걸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게 어린이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며 “스쿨존 내 무신호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원칙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