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한 식당에서 열린 민생시리즈2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당선인의 형사 재판을 임기 중엔 중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 법사위에 기습 상정했다. 현재 5개(공직선거법·위증교사·대장동 개발비리·성남FC 불법 후원금·쌍방울 대북송금)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임기 종료 전까진 법원이 선고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2일 상정해 법안소위로 넘겼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날 오전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형사소송법 306조 6항으로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시행 시점은 ‘공포한 날’(부칙 1조)로 명시했으며, 부칙 2조엔 ‘이 법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사실상 이 후보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만든 법안이다.
원칙적으로 일부 개정 법률안은 숙려 기간 15일이 지난 뒤에야 상임위에 상정된다. 숙려 기간이 지나지 않은 법안은 표결을 거쳐 상정된다. 이날 표결에선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9명이 찬성표를, 국민의힘 의원 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간사는 “특정 후보를 위해 법률까지 개정하는 일이야말로 북한 김정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이성을 잃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죄를 짓고도 대통령만 되면 재판도 피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고 밝혔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김 최고위원이 겨냥한 건 이른바 ‘헌법 84조’ 논란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그간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당선돼도 기소만 불가능할 뿐 기존 재판은 진행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기소와 재판 둘 다 중단되는 게 다수설”이라고 반박하며 팽팽히 맞섰다. 특히 전날 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재판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이 증폭했다.
이날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놓고 헌법 학계에선 민주당의 위헌적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최고법인 헌법을 하위법인 법률로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로써 정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무한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84조는 그런 근거 조항조차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은 재판으로 헌법을 해석하고, 국회는 법률로서 헌법을 해석한다”며 “헌법에 불명확한 점을 구체화하는 법은 위임 규정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만든 법이 위헌성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으로 또 판단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