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0명 탄핵"까지 나왔다…민주당 전방위 사법 불복 시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이틀째 맹폭했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일 당 선대위 회의에서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정치적 판결이자, 대법원에 의한 사법쿠데타이자 대선 개입”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은 “내란 종식을 위한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도 대법원장이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항소심 판사님들에게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치에 편승하지 말라고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강금실 더불어민주당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강금실 더불어민주당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는 데 113일 걸렸다는 점을 거론하며 “당시 계엄 하에서도 내란목적살인으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100일 넘게 심리를 진행했는데, 어제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부터 36일이 걸렸다”며 “헌정의 시각을 유신·5공 시대로 되돌려놓는 판결이었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탄핵론과 사법부 해체론도 분출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조금 전 우리는 대법원 규탄과 각성을 외쳤지만, 사실은 탄핵하자고 외치고 싶다”고 엄포를 놨다. 정진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10명의 사법쿠데타 대법관 탄핵해야 한다”며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썼다. 전날 유죄 취지의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을 모조리 탄핵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박진영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CBS 유튜브에 출연해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기 때문에 200년 내려 온 삼권분립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고, AI 시대에 사법부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찾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찾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는 민주당의 대법원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박균택 의원은 “대법원이 이승만 대통령의 정적 조봉암 선생을 사형 판결해서 사법 살인을 저지른 이후 대법원에 의한 최대의 대선 개입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은 “지금은 국민주권의 시간인데 법치주의가 함부로 끼어들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어제의 판결로 ‘사법부도 썩었고, 사법개혁을 해야겠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로 분출할 것”이라며 “대법관 증원이나 대법원 판결이 위헌이냐 아니냐 하는 걸 헌법재판소로 보내는 것 모두 입법사항”이라고 엄포를 놨다.


실제 김용민 의원은 이날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진욱 의원도 7일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고 답하자, 정 위원장은 “가증스럽다”고 면박을 줬다. 이에 국민의힘이 항의하자, 양측간 고성도 오갔다. 곽규택 의원이 정 위원장의 과거 학생운동 시절을 언급하며 “미 문화원에 불을 지른 사람”이라고 발언하자, 정 위원장이 “미 문화원이 아니라 미 대사관저이고, 불을 지르지도, 불이 나지도 않았다”며 곽 의원의 퇴장을 명령했다. 이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합법적인 의사진행을 가장한 의회폭력”이라며 “국회 법사위원장 직에서 물러나라”고 항의했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오른쪽)이 2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관련 질의에 답변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사진이 뜬 화면을 보고 있다. 뉴스1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오른쪽)이 2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관련 질의에 답변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사진이 뜬 화면을 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가 이 후보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에선 “충격적 판결에 불만이 있고 분노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판결은 판결”(정성호 의원)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선거를 한달 앞두고 발생한 돌발 악재에 당내 신중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전날 저녁 소집된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탄핵 방침에 “이렇게 하는 게 도대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펼친 반대론이, “전면전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이유로 가볍게 묵살된 이유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다들 상고기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일격을 당하지 않았느냐”며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스스로 매를 번 만큼 검찰개혁뿐 아니라 사법개혁안도 검토해 공약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강원도 인제에서 취재진이 사법개혁 추진 여부를 묻자 “일선에 있는 선수가 말할 건 아니지만, 당 선대위와 원내에서 잘 대응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