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려 하지 말라는 예능 처음”…그들의 인생 건 장사 대결

'대결! 팽봉팽봉'에 출연한 최양락은 "나보고 웃기지 말라는 예능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사진 JTBC

'대결! 팽봉팽봉'에 출연한 최양락은 "나보고 웃기지 말라는 예능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사진 JTBC

 
“44년 활동하면서 이런 예능은 처음입니다. 다들 웃겨 달라고 나를 부르는데, 여긴 ‘억지로 웃기지 말아달라’는 조건이 붙었어요. 그만큼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엔 거짓이 없어요.”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최양락은 JTBC 예능 ‘대결! 팽봉팽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81년 데뷔 후 수많은 예능 무대를 거쳐온 그지만, 이번엔 입보다 손이 바빴다. 아내 팽현숙 옆에서 설거지와 정리 정돈을 도맡고, 식당의 숨은 조력자가 됐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되는 ‘대결! 팽봉팽봉’은 태국 코사무이 섬에서 팽식당(팽현숙·최양락·유승호)과 봉식당(이봉원·이은지·곽동연)을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매출로 승부를 가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tvN ‘윤식당’ 시즌1·2에 참여했던 이진주 PD가 연출을 맡아, 기존 식당 경영 예능에 ‘대결’이라는 새로운 색을 입혔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2회에서는 짬뽕을 내세운 봉식당이 840바트(약 3만6000원) 차이로 국밥 전문 팽식당을 꺾고 첫 승을 거뒀다.

이봉원은 박미선의 하차에 대해 "아내와 함께 출연했다면 의미가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사진 JTBC

이봉원은 박미선의 하차에 대해 "아내와 함께 출연했다면 의미가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사진 JTBC

 
“예능을 한 게 아니고 진짜 장사하다가 왔습니다. 일 끝나고 최양락과 맥주 한 잔씩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휴식이었어요.” 이봉원도 인터뷰에서 촬영을 이렇게 요약했다. “천안에선 주방장을 두고 있으니 주방에 들어갈 일이 많지 않은데, 여기선 셰프이자 사장으로 바빴다. 오랜만에 주방에 장시간 있으니 긴장도 됐지만 재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요식업 35년 경력의 팽현숙 역시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내 인생에서 최고로 목 좋은 곳에서 장사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장사하는 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결! 팽봉팽봉' 포스터. 태국의 작은 섬 코사무이에서 팽현숙, 이봉원이 나란히 두 개의 식당을 내고 영업 대결을 펼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사진 JTBC

'대결! 팽봉팽봉' 포스터. 태국의 작은 섬 코사무이에서 팽현숙, 이봉원이 나란히 두 개의 식당을 내고 영업 대결을 펼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사진 JTBC

 
기대와 달리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영업 첫날 손님은 봉식당 15명, 팽식당 12명. 한국에서 줄 서는 맛집 사장님인 이봉원과 팽현숙엔 김이 빠지는 결과였다. 최양락도 “아무리 예능이라도 사람이 없으니 기운이 빠지더라.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적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메뉴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 두 식당의 약점이었다. “외국인들은 밥을 국물에 말아 먹는 문화가 없더라고요. 국밥의 개념을 잘 설명해줘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나중엔 국물과 고기도 따로 내는 방식으로 수정했죠.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계속 배웠어요.”(팽현숙)

팽현숙은 "바다 뷰에서 국밥을 팔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JTBC

팽현숙은 "바다 뷰에서 국밥을 팔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JTBC

 
이봉원은 특유의 외국어 능력을 살려 손님을 맞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중국어, 영어 학원에 다닌 보람이 있었다. 손님들 이야기를 듣고 짬뽕 맵기를 조절했고 탕수육의 단맛은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알바생은 각자의 위치에서 팀을 든든히 받쳤다. 예능 첫 고정에 도전한 유승호는 꼼꼼하게 주변 식당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만능 직원의 면모를 보였다. 영어에 능통한 곽동연은 빠른 눈치까지 갖춰 손님을 발빠르게 유치하며 1일 차 봉식당 승리를 견인했다.

에너지 넘치는 이은지는 이봉원 옆에서 센스 만점 주방 보조로 활약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 박미선을 대신해 이봉원에게 흥과 에너지를 전하는 역할로 시선을 끌었다. “원래 콘셉트대로 부부 대결 예능이었다면 의미가 있었을 텐데 아쉽죠. 어떤 그림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불행 중 다행인 건 아내가 몸을 잘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고, 저도 밝고 흥 많은 후배 은지를 만나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은지 같은 딸이 있어도 참 좋을 것 같아요.”(이봉원)

'대결! 팽봉팽봉' 주역들. 왼쪽부터 곽동연, 이은지, 이봉원, 팽현숙, 최양락, 유승호. 사진 연합뉴스

'대결! 팽봉팽봉' 주역들. 왼쪽부터 곽동연, 이은지, 이봉원, 팽현숙, 최양락, 유승호. 사진 연합뉴스

 
이들의 노력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한다. 점점 많아지는 손님에 마지막엔 매일 찾아오는 단골까지 생겼다고. 팽현숙은 “숙소까지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팠지만, 응원해주는 손님 덕분에 힘이 났다. 장사 마지막 날엔 더 있어 달라는 손님 이야기에 ‘태국에서 국밥 맛집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났다”며 웃었다.

팽현숙은 "40년만에 이봉원 선배와 이름을 걸고 예능을 할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사진 JTBC

팽현숙은 "40년만에 이봉원 선배와 이름을 걸고 예능을 할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사진 JTBC

 
이봉원은 “한국 음식에 대한 외국인들 반응이 좋았다. 접근성이 좋은 중식에 더해, 한국식으로 메뉴를 다양하게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