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수사' '李 파기환송’ 고발까지…진척 없이 사건만 쌓이는 공수처

더불어민주당 前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문재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지난달 30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전주지검 수사 관계자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前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문재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지난달 30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전주지검 수사 관계자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국의 변수로 떠오른 정치권 인사들을 둘러싼 사건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몰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전주지검의 뇌물혐의 기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 등에 대한 검찰과 법원 판단에 불복하는 취지의 고발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지난달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지난 1일로 정한 게 대선개입이란 취지다. 촛불행동 측은 “(조 대법원장은)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재판을 절차도 무시한 채 ‘재판 지연 해소’라는 말로 포장해 이례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며 “지금 시기에 이 후보를 딱 찍어서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직접적인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엔 민생경제연구소 등의 고발이 더해졌다. “조 대법원장이 법이 정하고 있는 권한을 남용해 이 후보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전 전주지검장), 박영진 현 전주지검장, 전주지검 검사 등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및 피의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는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입장은 한 번도 듣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기소했다”며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않은 벼락 기소를 어떻게 검찰권 남용이라 하지 않을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고발장이 접수됐고 사건은 아직 배당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공수처엔 고발장이 접수된 정치적 사건이 산적해 있다. 공수처는 최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을 수사3부(부장 이대환)에 배당했다. 지난달 11일 지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때 법정 내 촬영을 금지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이다. 수사3부는 심우정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심 총장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인용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됐다. 수사3부는 지난달 14일 고발인(더불어민주당 등 5당) 대리인을 불러 고발 경위 등을 조사했다.

마은혁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된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권남용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지난 3월 31일 국회에 수사관을 보내 마 후보자 임명 보류와 관련해 권한쟁의 심판 자료들을 확보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차정현)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한 전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한 고발 건이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피고발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사건에 준해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사건이 모이지만 공수처 수사는 공전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수사를 매듭짓지 못한 데다가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 등 기존 수사도 남아 있어서다. 이번 달부터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한 점도 변수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선 국면에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수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비상계엄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고발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