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7년 만에 고향 왔던 고려 불상, 日 반환 앞두고 마지막 친견법회

왜구에 약탈당한 뒤 674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던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마지막 친견법회를 마치고 일본으로 반환된다.

1378년 왜구에 약탈당했던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647년 만인 지난 1월 24일 충남 서산 부석사로 옮겨져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불상은 10일 일본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1378년 왜구에 약탈당했던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647년 만인 지난 1월 24일 충남 서산 부석사로 옮겨져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불상은 10일 일본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5일 충남 서산 부석사와 서산시 등에 따르면 부처님 오신 날인 이날 일반 시민이 직접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친견법회가 마지막으로 진행됐다. 부석사 측은 지난 1월 25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친견법회를 열었다. 불상을 마지막으로 볼 기회라는 소식에 서산과 홍성 등 지역 주민은 물론 서울과 대전·세종 등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그동안 전국에서 4만여 명이 관세음보살좌상을 직접 보기 위해 부석사를 찾았다. 초등학생들은 불상 그림을 남겼고 불자들은 ‘꽃보다 예쁜 관세음보살님 사랑해요, 꼭 다시 만나요’ ‘꼭 우리나라로 돌아오세요’라는 글을 남기는 등 관세음보살좌상의 일본 반환을 아쉬워했다. 이 기간 함께 진행한 환수 노력 청구 서명에는 1만5000여 명이 서명했다.

10일 '송불의식' 마치고 일본으로 반환 

부석사는 10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불상을 떠나보내는 ‘송불의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불상은 대마도 간논지(觀音寺) 측에 인계돼 일본으로 반환된다. 2012년 10월 한국인 문화재 절도단이 대마도에서 관세음보살좌상을 훔쳐 국내에 들여온 지 12년 7개월 만이다. 일본 측에서는 지난달 11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부석사를 찾아 불상을 직접 살펴보는 등 반환에 공을 들여왔다.

경기 평택에서 가족과 함께 온 50대 여신도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명확하고 일본이 약탈한 것도 확실한데 왜 돌려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연히 억울한 일이고 이번 기회에 일본에 빼앗긴 문화재 환수에도 정부와 국민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오른쪽)가 충남 서산 부석사를 찾아 주지 원우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일본으로 돌아갈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오른쪽)가 충남 서산 부석사를 찾아 주지 원우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일본으로 돌아갈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012년 10월 김모씨(당시 70세) 등 문화재 절도단 4명은 일본 대마도 관음사와 가이진신사(海神)에 침입, 금동관음보살좌상 등 불상 두 점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 중 동조여래입상은 2016년 반환됐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서산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현 충남 서산시)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근거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 달라고 요구하며 2016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한국에 들여온 뒤 법정 공방

2017년 1월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이 부석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유권이 부석사에 있다”고 판결하자 일본 측은 외교라인을 통해 불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한·일간 갈등 양상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2월 대전고법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대전고법은 “재판부는 “왜구가 이 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다만 국제사법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관음사)이 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 이후 20년간 해당 불상을 점유했기 때문에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2023년 10월 ‘취득 시효가 완성됐다”며 불상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결정했다.

1378년 왜구에 약탈당했던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647년 만인 지난 1월 24일 충남 서산 부석사로 옮겨져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불상은 10일 일본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1378년 왜구에 약탈당했던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647년 만인 지난 1월 24일 충남 서산 부석사로 옮겨져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불상은 10일 일본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부석사 측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왜구에 약탈당한 사실과 11년에 걸친 소유권 분쟁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가는 과정 등을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애초 부석사는 불상 복제품 2점을 제작, 1점은 연구용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1점은 처음 제작 당시처럼 금동을 입힌 뒤 봉안하기 위해 일본 측에 3D(3차원) 스캔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관음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부석사 "복제품 제작" 요청…일본 측 거절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약탈당한 문화재가 원래 소장처(소유자)로 돌아가야 본래 가치를 발현할 수 있고 그게 바로 문명사회”라며 “우리가 못한 일을 후손들이라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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