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바지를 입은 세일스맨십 클럽 오브 댈러스 회원들이 CJ컵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댈러스 근교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리는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이 튀는 빨간 바지들은 쓰레기를 줍고 선수를 이동시켜 줄 카트를 운전하고, 갤러리를 통제한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 골프장 배수구 청소일도 많았다.
1920년 결성된 세일스맨십 클럽 오브 달라스(Salesmanship Club of Dallas) 회원들이다. 한국에서 3.1 운동이 일어난 이듬해인데 미국에선 그때부터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진 듯 하다. 정신질환을 앓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특수 학교 'Momentous Institute'를 만들어 100년 넘게 지원하고 있다.
허드렛일꾼 중 세상에서 가장 연봉이 많을 것 같은 이들은 지금까지 2억 달러에 가까운 자선기금을 모았다. 1930년대에 복싱 경기를 열고 티켓 판매 등으로 기금을 모았으니 스포츠 마케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1968년 이 지역 출신 전설적인 골퍼 바이런 넬슨과 손을 잡고 ‘바이런 넬슨’이라는 PGA 투어 대회를 주최 운영하면서 수익금을 자선기금으로 낸다. 빨간바지들은 2007년 골프 대회 조직 중 최초로 누적 자선기금 1억 달러를 달성했고 2027년엔 2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CJ가 지난해부터 10년간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세일스맨십 클럽의 대회 담당 체어맨 다즈 카터를 인터뷰했다. 카터는 스폰서인 CJ 사람들을 위해서 한국어로 된 명함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명함 이메일의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운용액 330억달러(약 46조원)의 부동산 투자회사였다.

다즈 카터. 성호준 기자
“대부분 CEO, 사모펀드 대표, 은행 대표다. 대회에선 3D 업무를 직접 한다. 회원은 자선기금 모금 관련 어떤 궂은 일을 시켜도 ‘아니오’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자존심은 집에 두고 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도 클럽 회원이 되려는 사람이 많은가.
“많다. 매년 심사 대상자를 50명 정도로 추리고 그 중 16명만 뽑는다. 클럽이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회원이 되기 위한 엄격한 심사 과정을 유지한다.”
-지원자가 많은 게 놀랍다. 회원이 되면 사업 네트워킹 같은 다른 메리트도 있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으니 네트워킹 기회는 있다. 그러나 클럽의 목표가 순수한 자선과 봉사라서 그런 목적으로만 왔다면 매우 힘들 것이다. 클럽은 캠프를 운영하며 회원들이 매주 한 번씩 어린이와 함께 읽기 활동을 한다. 매주 목요일 필참해야 하는 점심 모임도 있다. 시간도, 돈도 많이 내야 한다.”

CJ컵 대회장에서 운영요원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 회원들.
“그 이름이 생긴 정확한 유래는 나도 모른다. 창립자들이 모두 세일즈맨이었던 건 아니다. 다양한 업계의 여러 리더들이 모였다. 분명한 건, 클럽 창립 목적은 봉사이며 100년 넘은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다.”
-왜 하필 빨간 바지인가.
“그것도 잘 모른다. 대회 현장에서 일반 관람객들과 회원을 구별해 주는 역할 때문이지 않을까. 갤러리가 뭔가 궁금할 때 빨간 바지를 찾으면 된다.”
-이 지역의 전설적인 골퍼 둘 중 왜 벤 호건이 아니라 바이런 넬슨 대회를 여나.
“넬슨은 지역에서 존경받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사람이었다. 클럽 회원들과 비슷한 성향의 골퍼여서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모금액이 엄청나다. 미국에 이에 필적하는 조직이 있나.
“골프와 관련해서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오픈을 운영하는 썬더버즈(Thunderbirds)가 있다. 우리는 한 단체에 집중하는 반면 그들은 여러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 또 우리는 회원이 마샬 역할 등을 직접하고 그들은 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부금액이 한 단체 기부액 중 가장 클 것이다.”
-이전 대회 스폰서인 AT&T나 HP와 달리 CJ는 다른 나라 회사다. 이질감은 없나.
“다들 훌륭한 파트너다. CJ는 골프 대회 스폰서 뿐 아니라 우리 클럽 문화의 일부분이 되려고 노력한다. 대회에 관한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세일스맨십 클럽이 만든 특수 학교 MOMENTOUS INSTITUTE의 학생들. 사진 세일스맨십 클럽
“어린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이다. 우리 학교(Momentous Institute)는 유치원부터 4학년까지 교육한다. 거쳐 간 학생 중 98%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미국의 평균보다 훨씬 높다. 학대 등 힘든 상황을 겪은 가족들이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클럽에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그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일이고, 이를 통해 내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내 두 아들 역시 언젠가 이 클럽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
-클럽 문화가 존경스럽다. 미국에 이런 클럽이 일반적인가 아니면 특별한 건가.
“자선 단체들이 많지만, 우리와 같은 문화를 가진 곳은 못 봤다. 겸손, 친목, 헌신, 존중이 우리 클럽의 핵심 가치다.”
-이런 봉사정신이 미국 힘의 원천인 것 같다.
“내 생각에 미국은 정말 열심히 일하는 나라이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나라다. 의료 연구나 병원, 학교, 재단에 기부되는 돈을 생각해 보라. 10살 아이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위한 모금을 위해 길거리에서 레모네이드를 판다.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삶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댈러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