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레오 14세가 11일(현지시간) 교황 취임 후 첫 주일을 맞아 삼종기도 시간에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다음날 오전 2차와 3차 투표를 거치면서 레오 14세의 득표수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콘클라베에 한국인 성직자로 유일하게 참여한 유흥식 추기경도 지난 9일 콘클라베 뒷 이야기를 전하며 “두 번째 투표에서 더 좁혀지고, 세 번째 투표에서 확실히 더 좁혀졌다”며 “네 번째 투표에서는 (레오 14세 쪽으로) 표가 확 쏠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와 추기경들이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NYT는 지난달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이후 추기경들이 매일 회의를 열어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남미 추기경들이 레오 14세를 중심으로 결집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미국 시카고 출신이지만 페루에서 20여년 간 사목 활동을 하며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했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을 역임하고, 2023년부터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재직하는 등 행정 경험도 풍부했다.
8일 4번째 치러진 투표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점점 자신의 표가 쌓이자 레오 14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기도 했다. 드디어 교황 선출에 필요한 89표(3분의 2)를 확보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모두가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 순간 레오 14세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어서 누군가 그를 일으켜 세워야 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추기경들도 있었다. 곧 100표에 가까워지자 콘클라베를 관장한 파롤린 추기경이 “모두 자리에 앉아 달라”며 진정시킬 정도였다.

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모습을 보인 추기경들. AFP=연합뉴스
교도통신은 “레오 14세가 133표 가운데 80%에 가까운 105표를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추기경들의 비밀 엄수 서약 탓에 정확한 득표수가 알려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선출이 확정되자, 추기경들은 새 교황에게 열렬히 축하 인사를 건넸다. NYT는 “이들은 언어도, 우선순위도, 관심사도 제각각이었지만, 선택은 하나였다”며 “짧고 평화로운 콘클라베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