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5일에 협상" 젤렌스키 "기다리겠다"…정상회담 할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에 "오는 15일에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기다리겠다"고 응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는 아직 미지수인 데다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 양측의 입장차가 큰 문제들이 많아 협상을 하더라도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직접 푸틴을 기다리겠다"며 "이번엔 러시아인들이 핑계를 찾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푸틴이 기자회견을 열어 "15일에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푸틴은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 80주년(지난 9일)을 맞아 지난 8~10일 사흘간 휴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는데, 그 기간이 끝나자마자 이같이 제안한 것이다.

당초 젤렌스키는 푸틴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즉시 응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하자 하루도 안 돼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나는 우크라이나가 푸틴과 협상을 할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당장 (러시아와) 회담하라"고 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러, 미 압박 때마다 '시간벌기용' 휴전" 비판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15일에 예정대로 열린다고 해도, 푸틴과 젤렌스키의 직접 대면 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 "직접 기다린다"고 한 젤렌스키와 달리 푸틴은 아직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탄불에 누가 갈지 곧 공개한다"고만 밝혔다.

푸틴이 그간 휴전 선언을 해 온 전례를 바탕으로 이번 협상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푸틴은 미국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부활절·전승절 등에 휴전을 선언하고 실제론 교전을 지속해 '시간벌기용 휴전 선언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이 이번 협상 제안을 하기 직전인 지난 10일,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등 유럽 4개국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찾아 젤렌스키와 기자회견을 열고 "12일부터 30일간 조건 없는 휴전을 수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확대와 대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다. 트럼프도 이 같은 조치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푸틴이 협상 재개를 제안하긴 했지만, 동시에 러시아군은 "전승절 휴전이 끝났다"며 군사작전을 재개한 상황이다. 특히 북한군 파병 훈련 영상을 관영 매체 등을 통해 공개하며 양국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X를 통해 "먼저 무기가 침묵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즉시 휴전에 합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등 유럽 4개국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 가운데)과 기자회견을 열고 "12일부터 30일간 조건 없는 휴전을 수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왼쪽부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등 유럽 4개국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 가운데)과 기자회견을 열고 "12일부터 30일간 조건 없는 휴전을 수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왼쪽부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AFP=연합뉴스

러, 우크라에 나토 포기 등 요구…협상 난항 예상

하지만 협상 걸림돌은 산적해 있다. 푸틴은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가 이번 협상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는 러시아가 꾸준히 주장해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및 비군사화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0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유럽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것과 나토의 군사 인프라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 배치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대화는 2022년 중단된 이스탄불 협상은 물론 현재 상황을 모두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는 등 전선에서 우위를 보이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두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어서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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