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민이 정형외과의원의 홍보물을 지나고 있다. 뉴스1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실손보험 사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 실손보험금은 1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1000억원(8.1%) 늘었다. 실손보험금 지급액 증가의 주범은 비급여 치료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급여 주사제(2조8000억원)와 도수 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치료(2조6000억원)에 나간 실손보험금은 5조4000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지급 보험금의 35.8%로 같은 시기 암 치료에 쓰인 실손 보험금(1조6000억원)의 3배를 웃돌았다.
이들 치료와 관련한 보험금 지급액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은 전년 대비 2023년 25.3%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5.8% 늘었다. 도수 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관련 실손보험금도 전년 대비 2023년(12%)과 2024년(14%)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무릎줄기세포주사(645억원)와 전립선결찰술(438억원) 같은 새로운 비급여 의료기술에 나간 실손보험금도 전년 대비 각각 40.7%·29.1% 급증했다. 이 영향에 지난해 지급한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비급여 보험금(8조9000억원)이 차지한 비중은 절반이 넘는 58.4%에 달했다.

김주원 기자
실손보험금은 중증 환자를 다루는 상급병원보다 소규모 병원과 의원급에서 특히 많이 지출됐다. 지난해 실손보험금 지급이 가장 많은 곳은 의원(32.2%)이었고, 그다음이 병원(23.3%)·종합병원(17.3%)·상급종합병원(14.0%) 순이었다. 특히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의원(37.5%)·병원(28.6%) 비중이 66.1%로 종합병원(12.3%)·상급종합병원(9.0%)을 크게 앞질렀다. 의원과 소규모 병원들이 비급여 치료를 중심으로 과잉 진료를 더 많이 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보험 상품별로 보면 자기부담금이 0%인 1세대 상품의 평균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4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2세대(25만4000원)·3세대(18만2000원)·4세대(13만6000원) 순이었다. 보험계약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높은 보험일수록 비급여 보험금을 신청하는 사례가 적었다는 의미다.
비급여를 중심으로 지급 보험금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실손보험의 적자액은 1조6200억원으로 전년 적자(1조9700억원)보다 3500억원 감소했다. 이 영향에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로 나눈 값)도 99.3%로 2023년(103.4%)에 비해 4.1%포인트 개선됐다. 이는 실손보험금을 올린 영향이라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비급여 진료가 늘면서 보험금 지급도 늘었지만, 그만큼 계약자들이 내는 보험금을 인상해 손해를 메꿨다는 뜻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남성의 한 달 실손보험료는 2세대 상품 기준 평균 4만원으로 2021년(3만원)에 비해 5% 늘었다. 2023년부터 본격 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한 3세대 상품은 2021년(1만6000원)에 비해 지난해(2만4000원) 보험료가 20% 급증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실손보험 실적 및 손해율은 개선됐지만, 이는 보험금 누수 방지가 아닌 보험료 인상에 따른 것이므로 국민의 경제적 부담 가중은 계속됐다”면서 “비급여 주사제와 도수치료 등 특정 항목의 보험금 쏠림이 계속되고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