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야당'에서 구관희 검사(유해진)는 출세욕에 눈이 멀어 정치 검사의 길로 접어든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야당'의 누적 관객 수가 301만 50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미키 17'의 최종 관객 수(301만 3000여명)를 넘어선 기록이다. '야당'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한계를 뚫고, 지난달 16일 개봉 이후 25일 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이 300만 관객을 돌파한 속도(27일차)는 개봉 39일 차에 300만 관객을 넘은 '미키 17'보다 훨씬 빠르다. 극심한 불황을 겪는 극장가에선 한 줄기 단비 같은 영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야당'은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사랑받고 있다"며 "극장 영화의 재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영화"라고 말했다.
'야당'은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를 뜻하는 야당 이강수(강하늘), 강수와의 공생으로 출세 사다리를 타는 검사 구관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뛰어들었다가 구 검사에 의해 곤경에 처하는 형사 오상재(박해준)가 각자의 욕망을 쫓다가 함께 엮이게 되는 내용의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 '야당'에서 이강수(강하늘)는 수사기관에 마약 관련 정보를 넘기고, 마약사범에게 감형 흥정을 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유력 대선후보 아들 조훈(류경수)으로 대표되는 권력과 결탁하는 정치검사 등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 또한 놓치지 않는다. 영화 '내부자들'(2015, 우민호 감독), '베테랑', '부당거래'(2010, 류승완 감독)를 섞어 놓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잘 끓인 김치찌개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는 공감이 가장 많은 관객평 중 하나다.
'야당'이 이들 세 영화의 장점 만을 취해 범죄 상업영화로서 최적의 레시피를 찾았다는 의미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올 상반기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괜찮은 수작"이라며 "우리 사회의 병적인 욕망과 추악한 민낯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많은 사람들이 기득권층 담합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체감하는 시점에 개봉한 게 흥행에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면서 "야당이란 신선한 소재, 약간의 허술함을 덮어버리는 빠른 전개, 강하늘 배우의 새로운 남성적 매력 등이 관객에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제작 시기인 2~3년 전보다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도 영화의 시의성을 높여줬다. 제작진은 내레이션에 나오는 한해 검거되는 마약사범 수를 1만6000명(2021년 기준)으로 했다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2만8000명으로 다시 녹음하기도 했다.

영화 '야당'의 한 장면. 이강수(강하늘, 왼쪽)는 구관희 검사(유해진)에게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는 이어 "영화가 지금 현실과 맞닿아있는데, 현실에서 단죄 못한 정치검사를 영화가 대신 응징해주니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론되고 있는 '야당' 감독판 제작과 관련해서 황 감독은 "가능성을 열어 놓고 투자배급사, 제작사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야당' 제작사는 '내부자들'을 흥행(707만 관객)시킨 데 이어 '내부자들' 감독판까지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다.
그는 "지금 영화는 강수를 화자로 해서 전개되는데, 화자를 구 검사로 바꿔 편집된 분량을 살리는 방향으로 감독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한 달 이상의 편집 지옥에 빠지는 게 겁나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