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효자 이군익씨가 2006년 중국 산둥성의 태산을 오르고 있다. 아버지(당시 92세)가 지팡이를 잡고 지게 의자에 앉아 있다. [이군익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5/14/5057999b-71c6-489c-96db-09f20d38ee14.jpg)
지게 효자 이군익씨가 2006년 중국 산둥성의 태산을 오르고 있다. 아버지(당시 92세)가 지팡이를 잡고 지게 의자에 앉아 있다. [이군익 제공]
'당신은 나의 찬란한 빛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당신은 누구일까. 바로 아버지·어머니이다. 엊그제 맞은 53회 어버이날의 주제다. 잘났든 그렇지 않든 어버이는 누구에게나 찬란한 빛이다. 이날 52명(단체 포함)의 효자가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수상자 중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방식이 독특한 자녀가 포함됐다. 게다가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군익(59·인천광역시)씨는 정부가 배포한 자료에 '지게 효자'로 소개됐다. 또 부부가 어머니(장모)에게 간을 기증한 수상자가 있다. 어버이날 빛낸 효자들
대통령 표창 수상은 '지게 효자'
중국 태산, 덕유산·팔봉산 올라
부모에 장기 기증 6년간 5781명
대통령 표창 수상은 '지게 효자'
중국 태산, 덕유산·팔봉산 올라
부모에 장기 기증 6년간 5781명
56㎏ 짊어지고 3시간 등정
해답이 지게 의자였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알루미늄 지게를 사다 팔걸이·안전벨트·발받침 등을 붙였다.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두어 시간 올랐다. 아버지는 아들 걱정에 "그만 가자"를 연발했다.
비가 와서 돌아섰고, 한 시간 만에 내려왔다. 지게 끈이 누른 탓에 어깨와 팔이 검은색을 띠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안 힘들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래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아픔이 사라졌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 몸무게는 43㎏, 지게는 13㎏였다. 이씨는 내친김에 그해 9월 덕유산 정상(향적봉)에 다녀왔다.
중국 등산객 "보고 배워야"
!['지게 효자' 이군익씨의 지게. 알루미늄으로 만든 지게에 의자, 안전벨트, 발받침 등을 붙였다. 대전의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전시돼 있다. [KBS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5/14/e30a818a-9a25-4e7e-ac83-e24af89b2856.jpg)
'지게 효자' 이군익씨의 지게. 알루미늄으로 만든 지게에 의자, 안전벨트, 발받침 등을 붙였다. 대전의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전시돼 있다. [KBS 캡처]
그날 산행에 산둥성 지역방송 제노TV가 따라붙었다. 당시 방송을 보면 태산의 한 등산객은 "오늘 무척 감동했다. 저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저 한국인처럼 연로한 부친에게 효를 행하는 사람이 있다. 불효를 행하는 사람은 배우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저 사람은 밥도 못 먹고 아버지를 모시고 태산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이듬해 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서산 팔봉산에서 지게 등정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2012년 세상을 떴다.
이씨는 2017년 대전에 문을 연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지게를 기증했다. 지게 옆에 그가 지은 시조 '백발회흑(白髮回黑·흰머리가 검게 되다)'이 전시돼 있다. 이씨는 "아버지 머리가 검은색으로 돌아와서 참으로 뿌듯했다"면서 "한 가정에서 효가 행하면 옆집, 옆 나라로 퍼진다"고 말했다.
부부가 모친에 2대 1 간 이식
![간을 기증한 아들 오지훈(왼쪽 둘째)씨와 어머니가 중앙대병원 의료진과 기념 촬영을 했다. 간경화를 앓던 어머니는 아들의 간 덕분에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사진 중앙대병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5/14/ac704d49-c335-4d89-8c0e-47132b563761.jpg)
간을 기증한 아들 오지훈(왼쪽 둘째)씨와 어머니가 중앙대병원 의료진과 기념 촬영을 했다. 간경화를 앓던 어머니는 아들의 간 덕분에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사진 중앙대병원]
서울 동작구 오지훈(54·포크레인 임대업)씨는 지난 4월 중순 간경화를 앓는 어머니(75)에게 간을 기증했다. 올 1월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간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고 진단하자 별 고민하지 않고 나섰다. 두 살 아래 동생은 아이들이 아직 어린 편이라 본인이 나섰다고 한다. 오씨는 "어머니는 위 출혈과 복수로 고통스러워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서둘렀다"며 "어머니가 미안해하고 고맙다고 하지만, 자식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건데"라고 쑥스러워한다.
이식 후 어머니의 출혈 증세 등이 사라졌다. 핏기없던 얼굴 혈색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이달 2일 퇴원했다. 모자의 건강에 별다른 이상증세가 없다. 간을 60~70% 기증하고 1년 지나면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오씨는 "간 이식 후 주변에서 효자라는 말을 들으니 앞으로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머니가 꼭 100세까지 사셔야 한다"고 말한다. 서석원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어버이날을 맞은 아들의 선물"이라며 "환자가 100세를 넘겨 건강하게 장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은 자녀,신장은 배우자가 많이 기증

정근영 디자이너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4년 생존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1980명이다. 생존자 기증은 2019년(2698명)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의정 갈등 때문에 더 줄었다. 지난해 생존자 기증 중 부모에게 신장·간을 제공한 자녀가 742명이다. 2019~2024년 5781명이다. 신장 기증자는 배우자가, 간 기증은 자녀가 많다. 각각 41.6%, 64.4%(2023년)를 차지한다.
장호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장은 "의정 갈등에다 기증자의 건강 부담 등으로 생존자 기증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올해는 다행히 10%가량 증가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생존자 기증은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끼리만 가능하다. 이런 가족이 없으면 4촌 이내 친족도 가능하다. 장기 매매 우려 때문에 이렇게 제한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