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는 "셰셰" 金은 "핵기술 갖자"…또 섣부른 외교 애드리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던 지난 12일 각각 서울 청계광장, 대구 서문시장,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던 지난 12일 각각 서울 청계광장, 대구 서문시장,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6·3 대통령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외교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주요국이 국내 정치적 혼란 끝에 치러지는 한국의 대선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거 과정에서 상대국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3일 “중국에 셰셰(謝謝, 고맙다) 하면 된다”고 한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제가 틀린 말을 했나”고 말했다. 이날 대구백화점 앞에서 한 유세에서 “제가 (지난해에) ‘셰셰’라고 했다. ‘중국에도 셰셰 하고 대만에도 셰셰 하고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제가 틀린 말을 했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익 중심으로 중·러(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면서 물건도 팔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제가 일본 대사에게도 '셰셰'라고 말을 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므니다’라고 했다. 제가 잘못됐나”라면서다.

앞서 지난해 3월 이 후보는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뭘 자꾸 여기저기 집적대나”고 말해 친중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당시 발언은 국익에 기반한 실리 중심의 외교를 강조한 것이라는 취지로 다시 설명한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대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셰셰(라는 말을) 못한다는 게 아니라 친중반미, 친북 반(反) 대한민국, 이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민주당이 국내에서는 인권과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중국에 대해 할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민주당의)대중국관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중국보다 두려운 것은 중국몽에 휩싸인 사람이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중국과 대만 간 분쟁이 한국과 상관없다는 이 후보의 발언은 반박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만해협에서 갈등 발생시 주한미군의 운용 범위가 한반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안보 공백을 노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이는 한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위협 인식은 대다수 국민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의 공동 기획 여론조사 결과 ‘대만해협에서의 긴장과 갈등이 한국의 국익에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중요하다”는 응답은 79.3%나 됐다.(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6명 대상 웹조사) 관련 분쟁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는 발언은 이런 인식과도 거리가 있는 셈이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대만 유사시 한국의 연루 가능성을 높게 본다. 미국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앨런 김 국장은 13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이 대만 유사 시 연루되는 것을 피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에게 대만해협에서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외교적 설득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 핀'호가 지난해 1월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미 해군. 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 핀'호가 지난해 1월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미 해군. 연합뉴스

 
김문수 후보가 공개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후보는 지난 9일 안보 분야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핵 확장 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며 “북한의 핵 위협이 더 가중되면 전술핵 재배치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식의 핵 공유도 한·미 간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10대 공약에서 ‘핵 잠재력 강화’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 핵무기 설계 기술을 축적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확장억제 강화와 전술핵 재배치는 병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애초에 지난 2023년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전략자산의 정기적 전개 등 확장억제 강화에 합의한 것도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까지는 하지 않는 선에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실제 당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전략자산이 상시적으로 (한반도에) ‘주둔’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핵 무기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하는 등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는 또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합의한 1992년 ‘남북 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도 위배된다. 이미 북한이 해당 합의를 어겼지만, 한국까지 이를 어겨 선언을 공식적으로 무력화할 경우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한 모습. 노동신문=뉴스1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정치대학을 방문한 모습. 노동신문=뉴스1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 및 재처리 능력 확보 역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중심에 둔 비확산 체제의 근본적 정신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핵 잠재력 확보는 핵무장으로 가는 사실상의 마지막 핵심 단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미 간 협의’를 전제로 달았다 해도 핵무기 설계 기술을 축적하겠다는 공약까지 함께 들여다보면 무기화 의도로 연결될 수 있어 오해의 소지는 더욱 커진다.

특히 미국은 최근 한국을 에너지 안보상 주의를 요하는 민감국가로 지정했다.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방위로 미국을 설득하는 가운데 유력 대선 주자가 핵무장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