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도체 수출 규제 전면 개편… ‘투자 협상 지렛대’ 활용
이날 BIS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AI 확산 규칙은 미국 혁신을 저해하고 기업들에 부담을 준다”며 “수십 개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2급 지위로 격하해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한층 거세졌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의 AI 칩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최근 화웨이가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진 AI칩을 자체 개발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중국산 반도체 칩의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동행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AI칩으로 중동 공략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이어 방문할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AI 칩을 활용해 투자 협약을 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AI 칩 수출이 제한될 뻔한 국가들이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CNBC는 “엔비디아 칩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규제 다시 강화될 수도”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해온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에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2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고 현재 AI 칩을 공급 중이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반도체 패권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국내 기업에 불리한 더 까다로운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중동에서 미국 빅테크의 입지가 커질수록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누리던 반사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대외적으로 전임 행정부의 업적을 지우는 정치적 판단에 가깝기 때문에 향후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오락가락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반도체 품목별 규제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