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18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알겠습니다. 영원히 못 할 것 같습니다.”(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지난 18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첫 대선 후보자 TV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전 정의당) 후보는 ‘신 스틸러’ 평가를 받았다. 권 후보는 차별금지법ㆍ중대재해처벌법ㆍ노란봉투법 등 전통적인 친(親) 노동 이슈를 들고 경쟁자를 파고들었다. 온건한 답변이 나올 것 같으면 “거기까지 듣겠다”며 일축하곤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19일 통화에서 “TV 토론은 지지율·정당의석수 무관하게 같은 시간이 주어지니 권 후보에게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토론 참가 네 명 후보 중 유일하게 “진보 대통령”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권 후보는 정의당·노동당·민주노총 등이 모인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의 공동 대선 후보다. 이에 정의당은 진보·노동 진영 공동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당명을 민주노동당으로 바꿔 권 후보를 냈다.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3년 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 4.14%를 기록해 TV 토론회 참가 자격(전국 단위 선거 득표율 3% 이상)을 얻었다.
광부 아들로 태어나 포항 포철공고-서울대 금속공학과를 거친 그는 풍산그룹에 입사한 뒤 동료의 산업 재해에 항의하다 해고됐고,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해 노동자들을 변호하며 ‘거리의 변호사’로 불렸다. 민주노총 법률원장ㆍ민변 노동위원장 등을 거쳤다.
이날 권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집중 공략했다. 권 후보는 토론 시작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 장관 아니었느냐. 윤석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인데 무슨 자격으로 여기 나왔냐”며 몰아붙였다. 김 후보가 “말씀이 좀 과하다”고 했지만 “변명으로 일관한다”며 일축했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선 “김문수 장관이 노란봉투법을 악법이라고 한다. 도대체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 먹은 건가”라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가 “제가 답변할 시간을…”이라고 하자 “답변할 시간 없습니다”고 또 잘랐다.
‘중도 보수’를 표방하며 우클릭 행보 중인 이재명 후보 상대로는 ‘차별금지법’을 공격포인트 삼았다. 권 후보가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이 후보가 “(차별을)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는 한데…”라면서도 현시점에서 추진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하려 하자 권 후보는 “거기까지 듣겠다”고 끊어냈다. 이 후보가 “그래도 답을 듣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요”라며 10초 남짓 답을 이어가자 “영원히 못 할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토론을 마친 뒤에 권 후보는 김 후보가 청하는 악수를 거부하고,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는 ‘합장’으로 대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19일 오전 라디오에서 “(내란을) 사과하지 않는데 악수를 하는 게 ‘나 이렇게 해도 괜찮아’라는 인식을 줄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노란봉투법·반도체특별법 등에 차별화된 목소리를 냈지만 유권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주었는지는 미지수”라며 “남은 2번 토론에서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