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판 깐 빅텐트?…서울시 토론회서 김문수, 이준석에 “어제 토론 MVP”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향해 “우리 당이 그동안 잘못해서 밖에 나가서 고생하고 계신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제 정치 입장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임현동 기자 / 20250519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임현동 기자 / 20250519

 
두 후보는 이날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 주재로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했다. 오 시장의 주요 정책인 ‘약자와의 동행’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로, 오 시장의 제안에 두 후보가 응했다고 한다. 약자와의 동행 정책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인터넷 강의 수강권과 멘토링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책인 ‘서울런’ ▶기준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에 소득 부족분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디딤돌소득’ 등으로 이뤄져 있다. 두 후보 모두 이날 축사에서 해당 정책에 대해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김 후보), “많이 배우고 힘을 보태겠다”(이 후보)고 말했다.

이날 토론보다 눈길을 끈 건 두 후보 간의 만남이었다.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두 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전날(18일)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 이어 두번째다. 축사에서 김 후보는 “이 후보님은 제가 속한 국민의힘 대표였다”라며 “저보다도 더 당의 여러 정책, 이념, 하나하나 인물에 대해 잘 알고 계신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지금은 우리 당이 잘못해서 밖에 나가서 고생하고 계시는데, 고생 끝에 대성공을 터뜨리고 계신다”며 “저를 지지하는 많은 분이 ‘어제(토론회)의 MVP는 이준석이다, 김문수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우리 둘이 짜고 한 게 없지만, 생각이 같다. 제가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오 시장님, 또 이 후보님 이렇게 같이 모이니까 마치 고향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전 사전 비공개 차담에서도 김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어제의 MVP는 이준석”이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다만 한 참석자는 “시간이 짧아서 단일화나 빅텐트에 대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이날 토론회 참석 직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어제 토론을 해보니 저하고 (이 후보가) 생각이 다른 게 없다. 저는 지금도 다른 당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지금 우리 당이 좀 잘못한 점이 있어서 헤어져 있으나 (우리는) 하나”라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20250519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20250519

 
반면에 이 후보는 이날 축사에서도 단일화나 김 후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이 후보는 “4년 전쯤 오 시장님을 모시고 선거를 뛰었다. 당시 오 시장님은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믿고 지켜보자’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그런 선배 지도자를 만나기 어려운데 행운이었다”라고 말했다. 축사 후 먼저 자리를 뜨는 김 후보에게 이 후보가 일어나 인사를 건네자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의 러브콜에 대해 “그런다고 제 정치 입장이 달라질 것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당내 권력 투쟁에서 상대적으로 책임이 적으신 분이었다. 김 후보의 진정성이나 보수 진영을 규합해 선거를 치러보려는 선의에 대해 의심 안한다”라면서도 “(단일화는) 이길 수 있는 방식도 아니다. 단일화 논의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8%였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 지지율이 8.7%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이재명이란 거악을 막기 위해 거국 내각 등 이준석 맞춤형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