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라이칭더(앞줄 가운데) 대만 총통이 중국의 압박, 야권의 견제,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거치며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3월 21일 라이 총통이 쑹산 공군기지에서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라이 총통이 집권한 지난 1년 동안 대만은 삼각 파도에 시달렸다. 대외적으로 중국의 압박, 내부적으로는 여소야대 야당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올해 1월부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와 안보 불확실성까지 덮쳤다.
라이 총통은 지난해 1월 3파전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1996년 대만 총통 직선제 도입 이후 집권당의 3연임을 막던 ‘8년의 저주’를 처음으로 깨며 화려하게 집권했다. 하지만 40.05% 득표율로 33.49%를 득표한 허우유이(侯友宜·68) 국민당 후보와 26.46%의 커원저(柯文哲·66) 민중당 후보를 물리쳤지만, 여소야대 의회는 험난한 임기를 예고했다.
中, 봉쇄 훈련에 해외적대세력 맞불
중국은 취임사가 위험한 현상변경 시도라며 취임 나흘 만에 대만을 봉쇄하는 ‘연합 날카로운 칼날(利劍·리젠)-2024A‘ 실전훈련을 단행했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실시한 훈련과 달리 예고 없는 기습 훈련으로 위협 강도를 높였다. 아나콘다 작전으로 불리는 중국의 대만 훈련은 이후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각각 ‘연합 리젠-2024B‘와 ‘해협 천둥과 벼락(雷霆·레이팅)-2025A’ 명칭으로 반복했다.
라이 총통은 굴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청나라가 서명한 아이훈 조약으로 넘긴 땅을 돌려달라고 전쟁으로 취약한 러시아에 요청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라며 “영토상의 이유가 아닌 대만을 침공하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도발했다.
지난 3월에는 국가안보고위급회의(확대 NSC)를 열고 “중국은 대만의 반(反)침투법이 정의하는 ‘해외 적대세력’이 됐다”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군사재판제도 복구, 통일전선 활동을 한 중국인의 대만 방문 금지 등 17가지 대응 조치(라이 17조)를 시행하며 ‘중국 간첩’ 색출에 들어갔다.

김경진 기자
野대표 구속, 주민소환제로 여소야대 돌파
야당은 지난해 5월 이른바 의회개혁법(일명 총통견제법)을 통과시켜 의회인 입법원과 입법위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총통과 행정부의 견제 기능을 확대했다. 라이 총통은 야당의 예산안 삭감 등 공세에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 등 외곽 세력을 동원해 맞불을 놓으며 대응했다.
민진당은 지난 2월부터 대만 헌법 17조의 파면권 규정과 133조의 “선출 공직자는 법률에 따라 해당 선거구에서 소환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해 ‘대파면(주민소환)’ 운동에 돌입했다. 주로 중국과 연루된 야당 의원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59건의 의 파면 운동이 진행 중이다.
야당 정치인에 대한 처벌도 이뤄졌다. 지난해 9월 초 제2 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주석이 타이베이 시장 시절 부동산 개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대만 MZ 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오는 2028년 대권을 노리던 커원저는 구속 이후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2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의 압박, 야권의 견제,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거치며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2월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민주주의 및 인권상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통일과 평화” 돌발 발언 파장
공개적으로 대만 방어를 약속했던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32%의 상호관세를 대만에 부과하며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취임 전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인 대만 국방비를 10%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는 트럼프에 라이 총통은 ‘탈중입북(去中入北)’으로 타협을 시도했다.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 중시 전략에 맞서 북반구의 민주주의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는 대외 정책을 말한다. 지난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기자회견에서는 “민주주의 진영을 연결하는 글로벌 반도체의 비(非) 홍색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주장했다.
라이 총통의 ‘구애’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일” 발언으로 빛이 바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미·중 제네바 합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시장을 개방할 의향이 있다면 ‘통일과 평화(Unification and peace)’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후 미 국무부는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함없다”며 봉합에 나섰지만 대만 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18일 지난 1969년 닉슨 미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토(佐藤榮作) 일본 총리가 미국으로 섬유 수출을 제한하는 대가로 1972년 오키나와를 반환받았던 빅딜 사례를 언급하며 대만의 협상 카드 전략 가능성을 우려했다.
여당 여론조사, 만족 57.3% 불만 40.2%
집권 여당 조사에서는 57.3%가 정부 정책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40.2%가 불만을 표시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친야 성향의 방송국인 TVBS 조사에서는 매우 불만 37%, 불만 18%, 만족 18%, 매우 만족 14%, 무응답 13%로 나타났다. 불만 55%, 만족 32%로 반수 넘게 라이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