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밖으로 나가는 삶 필요해”…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작가가 전한 이야기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모국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모국어 밖으로 나가야 삶의 가능성이 넓어지고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꼭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방언을 통해 표준적인 문학의 언어에서 벗어날 수 있죠. 고전 문학을 통해 현대 모국어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요.”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가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 다와다 요코 소설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가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 다와다 요코 소설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多和田葉子·65)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엑소포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엑소포니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쓴 문학을 뜻한다. 보통 작가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쓴 글은 이민 문학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다와다 요코는 이를 넘어 이중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언어의 경계를 실험하고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글을 ‘엑소포니’라 부른다. 

요코는 일본에서 1993년 『개 신랑 길들이기』로 아쿠타가와상을, 2013년 『구름 잡는 이야기』로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다. 독일에서 2005년 괴테 메달을 받은 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언급됐다. 그의 작품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요코는 “하나의 언어로 문학 창작을 하다보면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이때 다른 언어로 사고를 회전시키면 지금 쓰는 것을 내부에서 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 다와다 요코 소설가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 다와다 요코 소설가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요코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82년 와세다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후 독일로 이주했다. 1990년 함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2000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넘어갔던 경험은 그의 문학 세계를 이루는 중추가 됐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소비에트 연방을 지나 유럽으로 갔어요.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친구들과 연락도 못 했습니다.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 사회에 제 몸 하나를 내던진 거죠. 인간 대 인간으로 낯선 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쓴다. “전체 스토리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을 때 일본어를 쓰고 추상적인 사상을 얘기할 때, 철학적 산문을 쓸 때 독일어를 쓰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2018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에서 수상한 『헌등사』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고립된 일본을 배경으로 연대하고 화합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다와다 요코의 대표작 『헌등사』. 사진 민음사

다와다 요코의 대표작 『헌등사』. 사진 민음사

 
“전쟁이나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보다는 지금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이룩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비극적 세상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낙관을 찾곤 합니다.”

요코의 내한은 매년 세계의 유명 작가를 초청해 ‘작가와의 대화’를 여는 대산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요코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4일간 한국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22일에는 김혜순 시인과 비공개 특별 대담도 진행한다. 대담 내용은 대산문화 여름호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