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외경. 연합뉴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30대 여성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이 집, 우체통 등에 둔 현금을 가져가는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3년 11~12월 피해자 4명으로부터 4800여만원을 절취하는 데 가담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A씨가 현금을 전달하면서 이를 회사 업무의 일환이라고 인식했을 수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외면 내지 용인했다”고 봤다. 많은 액수의 돈을 취급하는 일인데도 별다른 면접 없이 A씨가 채용된 점, 월급 320만원의 상당한 고액 아르바이트인 점 등이 고려됐다.
그러나 2심이 해외 체류한 A씨에 대해 공시송달 기간을 지키지 않아 사건은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되돌려보냈다. 피고인 불출석 재판에 필요한 공시송달 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A씨가 1심 선고 후인 지난해 2월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뒤 입국하지 않으면서 2심 재판은 피고인 궐석으로 진행됐다. 첫 재판에 A씨가 나오지 않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8일 피고인 소환장을 법원 게시판에 공시송달한 다음, 그로부터 16일 뒤 A씨 출석 없이 2차 공판을 열었다. 공시송달로부터 53일 뒤인 지난 1월 10일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원심의 첫 공시송달은 실시한 날부터 2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소환 통보를 받고도 다시 정한 기일에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이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이 준용하는 민사소송법에 따라 첫 공시송달로부터 2개월의 기간이 지나야 한다.
재판부는 “A씨가 공시송달에 의한 소환을 받고서도 2회 연속 불출석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송달 2개월 후인 1월 19일 이후에 진행된 2회 공판기일에 연속해서 불출석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2개월이 지나기 전에 피고인 진술 없이 공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해 피고인 출석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수원고법은 절차를 준수해 다시 사건을 심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