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이스라엘대사관 소속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치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백악관과 각종 연방기관이 밀집한 지역에서의 총격 사건은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유대인 박물관 근처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현장에서 어깨에 이스라엘 국기를 두른 남자. EPA=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21일 밤 9시 15분(현지시간) 워싱턴 중심부의 유대인박물관 앞에서 이스라엘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 지역은 백악관에서 차로 9분 거리에 있으며, 주변에 연방대법원과 의사당, 연방수사국(FB) 등의 청사가 밀집한 곳이다. 용의자는 체포 당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이번 사건을 '혐오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워싱턴 내 총기 관련 사건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3월 9일에는 백악관 외곽 검문소 부근에서 무장한 남성이 비밀경호국(SS) 요원들에게 사살됐다. 지난 2월 3일에도 백악관에서 세 블록 떨어진 쇼핑몰 K스트리트 NW(맥퍼슨 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총에 맞아 크게 다쳤다. 이 지역은 평소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알려져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총기를 휘두르던 남자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단지와 인접한 거리에서 발생한 야간 총격 사건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미국민의 체감 안전도도 낮은 편이다. 지난 2023년 8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51%만이 워싱턴을 안전한 도시로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기 규제 논의가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 수도의 공공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꼬집는다.
워싱턴 당국은 불법 총기 단속 강화, 경찰 인력 확충, 지역사회와의 범죄 예방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치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징적인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책이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지혜·서유진 han.jeehye@joongang.co.kr